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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의 생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강안광(한국명=김희로)은 아직도 극적으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일경 3백명의 포위망은 압축도 해산도 못하고 발을 구른다. 그러나 김강은 사격실력도 과시하고, 심심하면「다이너마이트」도 터트려 엄포를 놓는다. 아직도 여유만만해 보인다. 그 경황속에서도 모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발표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언명」 도 했다.
김강에겐 인정도있다. 그가 인질로 삼고있는 사람중에서 「얼굴색이 나쁜사람」 「어린이의부형」「가족이 애를 태우고있는사람」에겐 특사의 은전을 베풀었다.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미안하다』 는 예의를 차린 대목에 와선 웃음도 나온다. 김강은 또『언제 살인범이었느냐」 싶게 어느기자의 수첩에 시도 몇구절 적어 주었다.
일본신문의 말마따나 그를 「라이플·마」로 간단히 규정해 버릴일은 아니다. 그의「캐리커처」 같은 언행만 보아도 알일이다.
그는 급격히 변모되어가는 한이질사회를 혐오하는 현대의 반항아인것도 같다. 일본인이 그를 경멸한것이 아니라, 바로 그가 일본을 경멸한것은 아닐까. 현대문명의 일그러진 「프리즘」, 물질주의, 현금사회의 비정, 일본인의 얄팍한자아도취 과대망상…그런것이 바로 그의심정를 할퀴었을지도 모른다. 감히 그에게 민족혼이니, 뭐니 하는것은 오히려 이쪽이「캐리커처」가 되어 버리기 쉽다. 그는 일본사회의 급성문명, 그 독취에 견디기 힘들었을 뿐이다.
살인이 순연한 도덕문제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것은 오늘의 사회에선 사회학적인, 심리분석적인 과제로 「클로스·업」되었다. 인간은 「심포니」도 작곡하며, 바로 다른 한면으로는 살인도 하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일경은 지금 장갑차까지 동원했다는「뉴스」도있다. 당치도 않을 말이다. 어서 설득사를 보내고, 또한 적절한 조처를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그를 생포해야 할 것이다. 왜 모국에선 말이 없는가. 모국도 그의 생명을 지켜주는일에 팔걷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의 처벌은 그후 인간의 양식으로 처리될 문제이다. 그가 자찬이라도하면 그 책임은 「새디스틱」 한 일본이 져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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