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개혁 안 하면 혁명 가능성 50% 넘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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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44·사진)이 중국의 혁명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공산당이 개혁을 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헌법에 의한 통치를 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역사를 지배했던 혼란의 사이클을 피할 수 없다”며 중국 사회 전체의 개혁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이 1856년에 펴낸 『앙시앵레짐(舊體制)과 프랑스혁명』을 거론했다. 1789년의 프랑스혁명을 분석한 이 책을 통해 중국의 혁명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혁명의 조건을 ▶경제실정으로 인한 민생도탄 ▶여론지도층의 혁명공감대 형성과 국민들의 준비 ▶정권의 리더십 쇠퇴와 도덕적 정체성 위기 등 세 가지로 규정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정부가 근본적인 경제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여론지도층의 혁명 의지와 공감대가 제한적이며 ▶정부가 국민들의 권리 신장과 요구 부응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 당장 혁명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공산당의 리더십이 악화되거나 주요 정책적 실수가 나온다면 누구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혁이 없으면 혁명이라는 주제를 독점해 온 공산당이 혁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FT에 기고한 후 부편집장 자리에서 직위해제됐다. 이후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언론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14일 그가 중국 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배경을 들어봤다.

 -현재 중국의 혁명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높지 않다. 그러나 개혁을 하지 않으면 10%에서 20%, 20%에서 50% 이상 올라갈 수 있다.”

 -혁명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경고를 한 배경은.

 “ 주춤해진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덩위원은 개혁의 핵심은 언론의 자유, 정치적 자유, 정부 통치시스템 개선, 민생개선, 불평등 해소 등 다섯 가지라고 주장했다.

 -개혁의 핵심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먼저 민간언론을 허용해야 한다. 물론 단계적이어야 한다. 갑자기 자유로운 비판을 허용하는 등 급작스러운 변화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정치적 자유 역시 제도권 안이든 밖이든 자유로운 발언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통치시스템은 개선할 게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게 영도시스템 개선이나 당내 상호견제 시스템 도입 같은 것들이다.”

 -지난 2월 북한과 관련된 FT 기고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 불만은 없나.

 “기고하고 자유롭게 글을 쓰면서 산다. 불만 없다. 중국의 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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