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23분 뒤 만취 수치…법원, 못 믿겠다며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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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회사원 김모(35)씨는 지난해 7월 8일 오전 1시45분쯤 서울 성북구의 한 술집에서 소주 4잔을 마신 뒤 차를 몰았다. 서울 삼선동을 지나던 택시기사가 김씨의 차를 보더니 “음주운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멈춰세운 뒤 112에 신고했다. 김씨는 술을 마신 뒤 23분간 운전했고, 운전을 마친 뒤 경찰이 출동해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키 위한 호흡측정을 실시할 때까지 흐른 시간도 23분이었다.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가 나왔다.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수치다. 이에 김씨는 채혈 측정을 요구했고 12분 뒤 병원에서 측정한 결과는 0.201%였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주현)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1심과 같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무죄 선고의 가장 큰 이유는 운전 종료 당시 정확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는 음주 후 30분부터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그 후에는 점차 감소하는데 김씨는 상승기에 해당하는 구간에서 측정을 받았다”며 “실제 운전할 때는 단속 기준인 0.05% 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07년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고치를 향해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에 음주측정을 한 경우에는 위드마크 공식이 행정처분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고, 당시 판례는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법리에만 치중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강현·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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