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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아닙니다, 시장 맞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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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3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 금락리 하양공설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현대식으로 새단장한 축산물 코너의 점포를 구경하며 장을 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0일 오후 4시 경북 경산시 하양읍 금락리 하양공설시장.

 마트형으로 변신한 읍내 전통시장이 사흘째 고객을 맞는 날이다. 마트형 전통시장은 군산과 함께 전국 최초로 등장했다. B동 2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니 A동이 나타났다. 이곳이 전통시장이라니.

 경산시는 하양공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2009년 시작해 5년에 걸쳐 끝내고 8일 준공식과 개점행사를 했다. 사업비만 시비 108억원 등 총 184억원을 투입했다. 점포 109곳에 주차장은 물론 무빙워크·엘리베이터·문화교실 등이 들어섰다. 비가림시설 아케이드만 설치한 기존의 전통시장 현대화와 차원이 다르다.

 A동의 1층은 수퍼와 농·수·축산물, 과일, 채소, 반찬, 푸드코트 등이, 2층은 한복, 의류, 미장원, 신발, 화장품, 열쇠점포 등이 배치돼 있다. 전통시장을 마트와 접목한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공설시장 상인은 물론 주변 상인과 경산시는 지금 고객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동 2층의 어린이옷 가게에 들렀다. 하양역 근처에 사는 조차연(77)씨는 “옷이 좋고 값도 괜찮은 것 같다”며 손녀 옷 6만5000원어치를 샀다. 주인 김경복(44)씨는 “하루 30만원 매출이면 괜찮은데 어제는 50만원을 넘겼다”며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인터넷쇼핑몰보다 조금 더 싸게 가져온다”고 소개했다. 현재 입주율은 70% 정도. 계산은 점포별로 이뤄지고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시설 현대화로 점포마다 매출 신장 등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있었다.

 한복점을 운영하는 상인회 이종활(54) 감사는 “사업기간이 5년을 끌면서 포목 등 일부 점포는 그 사이 단골이 많이 떨어져 나갔다”고 걱정했다. 이곳에서 43년째 장사하는 그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10% 할인권을 방문객에게 나눠 주고 있다. 그는 “겉모습은 마트에 가깝지만 흥정하면 값을 깎고 덤으로 주기도 하는 사람 냄새 나는 전통시장의 특성은 그대로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한우 150마리를 사육하며 점포를 운영하는 한우집은 “시작부터 반응이 너무 좋다”며 “생일 포인트제 등 고객 관리를 곧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층 핫도그집을 찾은 경산여고 이성희(19·3년)양은 “편하게 들를 만한 공간”이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살 만한 물건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개관이 늦어져 그동안 상인들이 강 건너 임시시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한 만큼 당분간은 경산시가 임대료를 안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1년 개설된 하양공설시장은 70~80년대가 전성기였다. 그때는 포목점만 20곳이 넘었고 ‘돔배기’는 영천보다 더 유명했다고 한다.

 공설시장 옆을 흐르는 조산천의 제방 도로에는 지금도 5일장(4, 9일)이 선다. 또 공설시장 주변에는 개인 점포만 100여 곳이 있다. 업종은 공설시장과 겹친다. 5일장 때는 천막만 200곳이 넘게 설치된다. 주변 개인 점포는 그동안 공설시장 건설에 반대하는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상설시장 밖 한 점포 주인은 “공설시장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편리하면 점포는 그만큼 관리비 부담이 느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설시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안에는 또 마트만 8곳이 자리해 있다.

 경산시는 공설시장 현대화와 함께 앞으로 상인 대학을 운영해 입주 상인들에게 친절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또 공설시장 옥상에 태양광발전을 설립해 점포의 관리비 부담을 더는 방안 등도 추진하고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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