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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만 뽑아 판, 먹튀 태양광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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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P에너지 태양광 발전사업 부지. 소나무를 캐내고 다른 나무도 베어낸 후 2년이 넘도록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송강리 작은 야산. 이곳에는 2012년 4월 이전만 해도 30~40년 된 소나무 580 그루가 있던 곳이다. 소나무 모양도 좋았다. 소나무 이외에 참나무, 신갈나무 등도 150여 그루 있었다. 이곳 1만3847㎡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한 S에너지는 4월부터 소나무를 캐내기 시작했다. 캐낸 소나무는 조경업자를 통해 판매했다. 나머지 나무는 베어졌다. 그러나 나무를 정리한 업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렇게 사업부지는 1년 넘게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다. 침사지나 가배수로 등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시설도 없다. 이 때문에 비가 오면 많은 흙탕물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으로부터 1.2㎞ 아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사업자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산지 전용 기간 만료 한 달 전인 지난 3월 사업권을 다른 업자에게 넘겼다.

 강원도 내 상당수 태양광 발전사업 사업자가 소나무로 수익만 챙기고 사업장을 방치하는 등 환경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1, 2일 강원도 내 태양광 발전사업장 17개 소에 대한 환경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사가 진행 중인 8개 사업장의 환경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발표했다. 특히 일부 사업자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빌미로 소나무를 캐 판매해 수익만 챙긴다는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P에너지는 2010년 11월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2만9984㎡ 규모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착공했으나 소나무를 캐낸 후 지금까지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는 30~40년생 소나무가 있었던 곳이다. 이곳에도 침사지와 배수로를 만들고 임목폐기물을 정비해야 하지만 그대로 방치했다. 이곳은은 바다와 1.5㎞ 남짓 떨어진 곳으로 비가 오면 흙탕물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바다와 불과 3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태양광 사업단지도 올해 초부터 소나무를 캐내고 있으나 침사지와 가배수로 등을 설치하지 않았고, 임목폐기물도 정리하지 않았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같이 환경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업체에 협의 사항을 지키라는 이행 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산지 전용 기간이 끝난 고성 거진읍 송강리 S에너지에는 지난 4월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현재 연락이 끊긴 상태다. 고성군은 사업권을 넘겨 받은 업체가 산지 전용 기간 연장을 허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의를 신청, 절차에 따라 다시 논의한 후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나대지를 복구할 계획이다. 군은 업체가 자발적으로 복구하지 않으면 이들이 맡긴 1억3400만원의 예치금을 청구해 대신 집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30~40년생 나무를 캐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어 형식적인 복구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원주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 김남형 담당은 “식생이 양호한 지역이나 급경사 지형 등은 태양광 발전사업지로서 입지를 제한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함께 착공 즉시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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