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복도로에 '유치환 우체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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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산시 동구 초량동에는 청마(靑馬) 유치환(1908∼67) 선생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경남여고 교장(1963∼67)으로 있으면서 경남여고 교훈을 짓고, 이웃 부산고교 교가도 작사했다. 청마가 생을 마감한 곳도 좌천동 봉생병원 앞 중앙로다. 이곳에서 67년 2월 교통사고로 숨졌다. 동구는 청마를 기리기 위해 초량동 산복도로 부산컴퓨터과학고 후문에 ‘유치환 우체통(사진)’을 15일 세운다. 우체통은 유치환 안내센터 옥상에 설치했다. 이 우체통은 편지를 부친 지 1년 만에 배달되는 ‘느림보 우체통’이다.

 센터는 5억원을 들여 전체면적 180㎡(지상 2층)에 1층 야외공연장, 2층 시인의 방으로 꾸몄다. 시인의 방은 청마 관련 자료전시, 영상관, 휴게실 등으로 사용된다. 시인의 방에서는 우체통 설치기념으로 김봉진 화백의 그림과 청마의 시가 한 달간 전시된다. 김 화백은 48년 청마와 통영여고 미술교사로 만났다.

 앞서 동구는 청마가 자주 걷던 경남여고 정문~부산일보~수정가로공원의 648m를 ‘시인의 길’로 이름 짓고 지난 13일 명명식을 가졌다. 수정가로공원은 청마가 교통사고를 당한 곳이다. 그의 시 ‘바위’를 새긴 시비가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정영석 부산동구청장은 “시인의 길을 거쳐 우체통까지 오르면 청마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모습과 생을 마감한 현장까지 회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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