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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AP통신 통화내역 압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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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바마의 눈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기자회견 중 작년 9월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뉴시스]

지난해 대통령 선거 후 줄곧 공화당에 공세를 취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세에 몰렸다. 잇따라 터져나온 대형 악재 때문이다. AP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정부 내 테러 관련 기밀 유출자를 찾는다는 핑계로 회사 전화는 물론 기자들의 휴대전화 등 20여 개 회선의 두 달치 통화 기록을 은밀히 압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법무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0일에야 통보했다”며 “전례 없는 언론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압수는 AP통신의 지난해 5월 7일자 ‘예멘발 테러 기도 적발’ 기사가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는 당시 테러 위협이 없다는 미국 정부 발표와 달리 알카에다 예멘 지부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주년에 맞춰 미국행 여객기를 폭탄테러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전에 적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오바마 정부가 CIA의 작전 기밀이 새나갔다며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

 지난주엔 2012년 대 선 당시 미 국세청(IRS)이 ‘티파티’나 ‘9-12프로젝트’와 같은 보수단체를 겨냥한 표적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철엔 면세 혜택을 받는 비영리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IRS가 면세 자격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데, 유독 보수단체만 까다롭게 정밀 조사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보수단체의 회원과 기부자 명단은 물론 회원들이 온라인에 올린 글까지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10일 로이스 러너 IRS 면세국장이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파티는 “입에 발린 사과로는 충분치 않다”며 의회의 진상조사 청문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20세기 미국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권력 남용”이라며 정치 쟁점화할 뜻을 밝혔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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