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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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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안보와 대미관계>
1월21일의 북괴무장공비침입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문제를 던졌다. 국내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역설한 250만 향군의 무장을 비롯해서 국토방위태세를 새로 강화하고 방위산업을 신속히 육성해야할 과제가 있다. 또 대외적으로는 특히 대미관계에 있어서 「외침」형태의 변화에 따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문제가 이미 제기되었다. 이제 한달전의 충격을 현실재인식의 계기로 삼아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근본적으로 다지면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뚫어본다.
우리 나라의 안전보장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우리의 자체역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북괴의 소위 「대남무력혁명계획」과 1·21 무장공비의 남침사건은 한·미 동맹관계에 약간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소리를 낳게 했다.
재검토에 있어서 제기된 문제들을 필자의 견해대로 종합정리해보면 대체로 당면한 문제점과 장기적인 문제점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면한 문제점 가운데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고 보겠다.
그 첫째는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한·미 동맹관계만 유지되면, 한국의 안전보장은 문제할 바 없다는 그 「신화」가 깨진 것이다. 1·21사건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중대시해야한다.과장된 말이 될지 모르나 1·21사건은 제2의 6·25 기습이나 다를 것이 없다.
그 둘째는 한·미 동맹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즉 미국은 동맹관계에 입각해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 일치해서 모험을 하지 않겠다는 움직임과 한국에서 공산측과의 현실충돌이나 그 확대를 될수록 삼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엿볼 수 있다.
그 세째는 북괴가 중공 및 소련과의 삼각동맹에서 금이 간 가운데 중·소 어느 편도 배경으로 하지 않는 자립(?)을 내놓으면서 또 한·미 동맹의 결정적인 발동, 또는 전면전쟁을 유발하지 않는 이른바 「인민해방전쟁」 형태의 은밀한 침략을 시도하고 있는 점이다. 기존의 동맹관계는 정규전에 대비한 것이라고 보겠는데 북괴의 새로운 침략형상에 직면해서 한·미 동맹을 어떻게 적응시키느냐하는 문제가 있을 듯하다.
장기적인 문제점으로서는 첫째로 미국의 동맹정책이 변질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나토」가 종래의 「대량보복전략」에서 「유연반응전략」으로 전환하고있는 사실이라든지 또는 공산권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이른바 「아르메르」(벨기에 외상) 계획의 채택 같은 것은 여타의 동맹관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둘째로 「아시아」의 현세와 현시대적 성격은 구라파와는 달리 지난날의 냉열전의 동·서 대결에서 추호로 변함없다. 그러나 오히려 서방일각의 일부 평론가들은 극히 소수이지만 심지어 「패배주의적인 방위선의 후퇴론까지 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의 외지를 보더라도 「한스·J·모겐소」 교수나 「월터·리프맨」씨, 「아놀드·토인비」 박사 등은 월남사태와 더불어 「아시아」대륙에 미군을 과잉개입 시키는 전략을 다시금 비만하고 있음을 보았다. 즉 해상으로부터 원거리억지의 체제로 이행할 것을 제창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지금 당장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나 긴안목으로 볼 때 주저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이다.
세째로 매우 아득한 장래의 일이지만 그 어느날 미국은 「아시아」에서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가상해야한다. 미국이 침략세력의 압력에 못이기거나 또는 「아시아」 제국에 대한 공약을 버리고 이 길을 선택한다고는 절대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영국이 l971년까지 「수에즈」이동의 철군을 발표한 것을 보면 「아시아」제국이 무한정으로 미국에 의존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의문이 제기 된다.
이러한 것은 우리의 국가안전을 보장함에 있어서 단기 또는 장기적으로 세심히 따져 보아야할 주관적, 객관적 조건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동맹관계에서, 당면해서든 긴 안목에서 보든 전기한 문제점들을 지양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동맹관계에 미비점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해야할 것이며 상호의 입장이 다르면 일치시키도록 해야할 것이며 변질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억지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데 있어서는 상호의 입장에 따라 비현실적인 점도 있고 그 한계가 없지 않다. 즉 미국의 공약과 원조를 무한히 확대시킨다는 것 우리의 입장에서는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국가이익이나 세계전략에 비추어는 일치하지 않을 것도 생각해야한다.
따라서 한국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최대의 선까지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불가결의 요소이지만 이것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방위는 물론 정치·외교·경제면 등 안보에 필요한 모든 면의 자체역략을 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1·21사건을 볼 때 그것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것은 미국의 책임이라기보다 1차적으로 우리의 책임이 더 크다. 31명의 북괴무장공비가 감히 서울에 침입할 만큼 우리자체의 정치적, 군사적인 「허」가 되풀이된다면 제아무리 동맹관계가 튼튼해도 그것이 효과적일 수는 없다.
또 동맹관계에만 의존하고 우리가 할 바를 등한히 한다는 것은 백년이 가도 의뢰심만을 남기게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한다. 이는 개인사회에서나 국제사회에서나 마찬가지라고 보겠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안보의 선결조건이다. 이는 동맹관계를 튼튼히 하는 기본요소일 뿐만 아니라 동맹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지양함에 있어서 또 북괴의 소위 「대남무력공산혁명계획」이라는 새로운 침략형태를 분쇄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생각한다. 양흥모(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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