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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의상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봄은 바람에실려오고 봄바람은 연인의마움을 술렁이게만든다. 『올봄엔 보라빛옷을 꼭입고싶어요.』앞뜰에 펼쳐진 한강에서 벌써 봄바람이 손짓을하는데…서부 이촌동 「아파트」양지바른 「테라스」. 영화감독유현목씨 부인이며 서양화가인 박근자여사는 이제눈부신햇빛아래 강변을 걷고싶다고 했다.
『「머플러」도 써야지요』 바람에 날리는 기분은 「그만」이라고.
박여사는 엷은 보라빛을 소녀처럼 하늘하늘하게 입고 싶은데 부군은 짙은 보라의 「점잖은 부인」을 강요한다. 아직 「짙고엷기는 미정」이지만 멀지않아 봄이 넘치는 거리에 보라빛을 날릴것이다.
옷 잘입기로 소문이났는데-. 별로 값들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저 관심을 갗고 이것저것 머리를 써서 입을뿐.』
의젓한 「슈트」류보다 경쾌하게 「스웨터」를 「스커트」에 맞추어입기를 즐기고. 해마다 「무엇이든」달라지고야마는 옷의 유행-그리하여 계절이 바뀔때마다 여사의 손길도 바빠진다. 단을 올려야하고 폭을늘였다 줄였다…. 『「스커트」길이는 해마다 잘라내는데도 끝이없군요.』 요사이 봄맞이에의 조급한마음은 또 「스커트」단축작업을 마냥 재촉한다. 『「미니·스커트」에 느슨한 「스웨터」를 걸치고싶어』 이미 몇가지는 고쳐놓고 「기다리는중」 벌써 몇해전 봄. 하늘빛에 하얀 꽃무늬가 놓인 「코트」에 분홍 「머플러」를 하고 『그분(지금의 부군)과 함께 덕수궁에』갔던 그봄의 추억은 새봄이올때마다 먼저 생각나는옷차림이라고한다. 『봄엔 차가운 색이 잘어울리죠.』 검은바탕에 분흥과 연두빛꽃무늬의 「실크·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분홍 「머플러」를 두르고. 작년가을 「세일」에서 산옷이다. 『저는 옷에 돈을 많이들이지 않아요. 옷은 개성에따라 철철이 변화있게입으면 빚이납니다.』 화가인여사는 어떤색이든 즐긴다. 검은계통이 그중많은편. 『나이가 들면서 우리고유의 옷빛이 좋아져요.』 갈색흙벽의 초가집 마당을 오락가락하는 다흥치마 노랑저고리의 조화. 「정말 멋진 조상」들이라고 감탄한다. 그래서 이따금 갑자기 원색의한복이 입고싶고 이렇게 「봄의 소리」를 가깝게 느낄때면 장농을 열고, 초록치마 빨간저고리로 새댁처럼 단장한다.
산뜻하게 갈아입고싶은계절. 그리고 자꾸만 거리로 나다니고싶은 계절.
봄나들이로 부푼 꿈탓일까, 햇빛에 비친 「실크·원피스」의 윤기때문일까. 박여사의 시원한 눈이 빛을더하며 강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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