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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위해 꾸민살림 「알뜰한 주부상」에 나타난 가계부 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성저축생활중앙회가 마련한 「알뜰한 주부상」은 많은 주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와 물가고를 이기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 적자를 면하며 저축까지 할수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총응모자 36명의 가계부에 나타난 주부들의 생활과 생각을 심사위원들(이인희·박인조·조경희·원선희·현기순)의 소감을 주심으로 더듬어본다.
『우리나라 주부들의 가계운영에는 아직도 절약해야할 대목이 많고, 주부자신을 위한 지출이 거의없는점이 인상깊었다』고 현기순(저축생활 중앙회 대표) 씨는 말한다.
전국에서 응모한 36명의주부는 서울이 15명, 경기3, 강원1, 제주3, 충북2, 충남3, 전북2, 전남4, 경북2, 경남1. 대개가시·읍면에 거주하면서 봉급 생활을하는 가정이다. 1개월생활비는 최저1만원에서 최고 4만원, 가족은 3명에서 6∼7명까지. 전국적인 표준으로 생각하면 중류가정이다.
전체적으로 사치와는 담을 쌓고 허리띠를 졸라맨듯한 가계운영에서 엉뚱한 헛점들이 있다.「와이샤쓰」를 세탁소에 맡기는 것이 보통이고 구두닦이에게 구두를 닦게하고 껌이나 사탕종류의 어린이 군것질감이 많은편이다.
주부가 손수만든 어린이 간식이라든가 구두나 「와이샤쓰」는 절약에 앞서 주부들의 생활태도에서 고쳐야할 점이다. 비교적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을 만한 주부들이 쉽게「라면」같은 「인스턴트」식품을 이용한것도 지적되고있다.

<책한권 못읽어서야>
서울은 물론 지방주부들도 시·읍에서 살고 있으면서 주부자신의 발전이나 향상을 위한 지출이 거의 없다. 월간잡지나 영화구경 한번 한 흔적이 없는 주부가 대부분이고 서울에서맞벌이를 하는 주부가 남편과함께 외출하는것이 1년에고작 4∼5회. 알뜰한 가계를 헌신적으로 꾸러가는것은 눈물겨운 모습일지 모르지만, 남편과 자녀들은 사회적으로나 지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주부만이 소위 「희생봉사」로만 머무른것은 생각할 문제라는것.
주부들이 가계운영에서 전체적인 설계와 예산설성이 비과학적이고 수입증가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한푼을 쪼개쓰는 방법도 필요하겠지만 가정부업이나 폐물이용등으로 조금이라도 늘려서 한푼을 두푼으로 쓰는 노력이 아쉽다는 것이다.

<「남편의 참여」필요>
한가지 두드러진 경향은 남편들이 전적으로 협력하는 점이다. 특상을탄 충주의 이인희여사는 처음 가계부를 적기 시작한 동기가 남편이 월급을 송두리째 맡긴데서다.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과 고마운 마음에서 적기시작 한것이 7년후 특상감이 되었다.
월급을 송두리째 준다든가 부인이 한달 절약해 모은돈을 하루저녁 술값으로 낭비하지 않는동시에 남편들은 좀더 가계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적어도 한달에 쌀값이 얼마고 연료비의 여름과 겨울의 차이쯤은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남편이 가계의 내용을 아는것은 만일의 경우 가장 친절한 의논상대가 될수있기 때문이다.
마치 집안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는것이 남자다운 자랑으로 삼는태도는 지양해야할 시기가 된것같다. 알뜰한 주부는 알뜰한 남편의 손에서 탄생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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