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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 학교'를 가고 싶은 모범 학교로 선생님이 배우고 변해야 학생들 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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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문 탑클래스’ 선정 뒤 학생·교사와 함께 포즈를 취한 신용 교장(오른쪽). [사진 이문고]

“학교, 수업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죠. 학교가 바뀌려면 선생님부터 변해야 하지 않겠어요.”

 제32회 스승의 날을 맞아 홍조근정훈장을 받는 대전 이문고 신용(58) 교장이 13일 밝힌 ‘학교 업그레이드’ 비결이다. 1986년 개교한 이문고는 학부모·학생이 지원을 꺼리는 ‘기피 학교’였다. 한때 일반계·실업계가 공존했던 종합고로, 시내 일반고·특성화고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이 진학했었다. 신 교장은 “주민들이 ‘깡패 학교’라고 수군거렸다. 학생 모집이 어려워 교사가 직접 대전·충남·충북 일대를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2007년 평준화지역 일반고로 전환된 이후 학교가 달라졌다. 첫해 27%에 그쳤던 신입생 지원율이 올해 144%로 올랐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고교 중 학업 향상도가 뛰어난 학교들 중 한 곳(국어 2위, 영어 9위, 수학 7위)이 됐다. 2011년 ‘교과교실제 대상’을 받고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돼 전국 학교의 모범 사례가 됐다.

 이같은 변신엔 신 교장의 역할이 컸다. 평준화 일반고 전환을 앞두고 당시 교감이었던 그는 형식적인 모임에 그쳤던 교과협의회를 없애고 교과연구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머뭇거리는 교사들을 “‘깡패 학교’라는 오명을 벗자” “선생이 배워야 학생도 배운다”고 설득했다. 교과연구회가 연구한 결과는 이듬해 수준별 수업을 꾸리는 데 반영했다.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을 위해 신 교장 등 교사 52명이 관련 자격증을 땄다.

 인성교육, 동아리 활성화에도 힘을 쏟았다. 교사 7명이 모인 인성교육팀은 학생의 기본 습관을 기르는 방안을 연구했다. 이 학교엔 60여 개의 진로·학습·취미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신 교장은 “꿈과 인성 없는 학력 제고는 불가능”이라고 단언했다.

 ‘섬김의 리더십’도 한몫했다. 신 교장은 교내를 돌 때마다 빗자루와 쓰레기 봉투를 챙긴다.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기 위해서다. 학교의 의사 결정은 반드시 매주 월요일 직원회의를 거쳤고, 학생 대표도 한 달 한 번은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울산 학성고와 충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신 교장은 “고교 문예반 시절 서툰 내 글을 일일이 빨간 펜으로 고쳐주던 은사의 열정에 반해 국어 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육의 공급자인 교사가 수요자인 학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공교육이 정상화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교육부는 신 교장 등 모범교원 총 6798명에게 포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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