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레베쿠젠 나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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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축구(바이엘 레버쿠젠)의 대회 2연패 수성이냐 스페인축구(레알 마드리드)의 탈환이냐.

2001-2002 유럽프로축구 챔피언스리그는 '조직력'의 레버쿠젠과 '공격력'의 마드리드로 압축됐다.

통산 9회 우승을 노리는 마드리드는 처녀 우승에 도전하는 레버쿠젠과 오는 16일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서 단판 승부로 자웅을 가리게 된다.

전력상 마드리드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결승전이 단판 승부고, 스페인 축구에 강한 독일축구란 점, 결승전이 월드컵을 불과 2주 남겨둔 점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마드리드는 2일(이하 한국시간) 베르나우 홈 구장에서 벌어진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 경기에서 바르셀로나와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마드리드는 1차전 승리(2-0)로 바르셀로나에 1, 2차전 통산 1승 1무를 기록, 레버쿠젠의 결승 파트너가 됐다.

1차전 승리로 부담없이 홈 2차전을 치른 마드리드는 어느정도 결승행 티켓을 반쯤 거머쥔 상태였다.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 예상대로 주장 이에로를 축으로 탄탄한 수비망을 구축, 수비지향적인 방어로 나섰다.

바르셀로나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승에 오르기 위해선 2골 이상을 넣어야 했기 때문에 공격에 공격외엔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번번히 마드리드의 수비벽에 막혀 이렇다할 공격 활로를 뚫지 못했고 오히려 상대의 간헐적인 역습에 휘말렸다.

마드리드는 전반 19분 지단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고 29분엔 라울의 패스를 받은 구티가 보나노 골키퍼와 단독 찬스를 무산시켰지만 42분 라울이 단 한번의 찬스에서 한방을 터뜨리는 '킬러 본능'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 문전 우측에서 사비의 공을 가로챈 라울이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골 포스트 왼쪽 상단에 꽂아넣었다. 챔피언스리그 5호골. 전반 내내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던 라울이 스트라이커 '진가'를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후반들어 지단과 피구를 번갈아 빼면서 여유를 보인 마드리드. 후반 4분 문전 혼전 중 엘게라가 자책골로 동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수비를 견고히 하면서 굳히기로 나서 2~3차례 위기를 잘 넘기면서 경기를 매듭 지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주포 히바우두가 부상으로 1,2차전에 결장, '히바우두-클루이베르트-사비올라' 삼각 공격 편대가 가동되지 못해 전력이 감소됐고, 1~2차전 모두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선 마드리드의 전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라이벌 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또 경기 전 스프링쿨러의 고장으로 그라운드에 물이 많이 뿌려진 점도 바르셀로나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어렵사리 준결승까지 오른 바르셀로나로선 운도 실력도 이래저래 따라 주지 못한 경기였다.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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