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압력강화 유엔의 소 거부권·북괴태도가 주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62년 「쿠바」사태 이후 처음으로 미국은 제 1차로 공군 및 해군 예비병의 즉각적인 소집을 단행했다. 대외적으로 「유엔」안보리의 소집을 요청하고 대내적으로 일부예비역에 동원령을 내렸다는 것은 미함「푸에블로」호 납북을 둘러싸고 화전양면으로 임하려는 미국의 야무진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월남전의 확대에 따른 병원보충의 필요성 때문에 「존슨」대통령은 벌써부터 예비역의 일부동원을 내심 바라 왔으나 대통령선거도 닥쳐오고 비둘기파가 우세한 의회의 반발이 거셀 것을 두려워하여 주저해왔었다. 이번의 예비역동원령은 1967년의 국방법안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인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러나「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이 없었더라면「존슨」 행정부가 예비역에 긴급 동원령을 발동하는 결단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할 수 없다. 약 1만5천명의 공군예비역소집이 단행되었다해서「유엔」과 소련 등 외교경로를 통한 미국의 외교노력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거나 미국이 평화적 노력을 포기했다는 뜻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미항모「엔터프라이즈」호의 원산만 출동과 마찬가지로 공군예비병 소집조치도 미국의 힘의 시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오끼나와」에 기지를 둔 미전투기 2개 비행대대의 서울이동과 성질을 같이하는 미 예비병동원령은 북괴로 하여금 「푸에블로」호를 빨리 석방하라는 미국의 압력의 일부이다.「유엔」안보리에서 설사 미함 석방결의가 통과되더라도 북괴가 「유엔」의 회원국이 아니므로 그 결의가 당장 효력을 나타낼 수 없을 뿐더러 소련의 거부권과 불란서의 동향에 비추어 실효는 거둘 수 없다.
해마다「유엔」은 한국문제를 토의하고 있으나 북괴는「유엔」에게는 이를 논의할 권능이 없다는 이유로 숫제「유엔」을 외면해왔음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다. 미국도 안보리소집으로「푸에블로」호가 곧 석방될 것으로는 관측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이 조치는 「존슨」대통령의 외교노력의 마지막 장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에 대한 북괴의 침략행동과 공해상에서의 불법적인 미국함정나포로 야기된 중대한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마지막 외교노력이 실패한 뒤에 남는 것은 북괴에 대한 군사적 압력뿐이다.

<외신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