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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호의 피납 사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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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최대의 미 원자력 항공모함 「엔티프라이즈」호가 원산만에 유익중이다. 「엔터프라이즈」호는 미 해군 전력의 상징이며 힘의 외교의 「백·본」으로 간주되고 있다.
「엔」호의 원산만 출동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난 22일 방야무인하게도 공해상에서 미 해군 정보 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납북한 북괴의 전쟁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응 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것이다. 「통킹」만의 이른바 「양키·스테이션」에서 북폭 또는 해안 경계에 그 이름을 떨쳤던 「엔」호가 앞으로 과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내외의 지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울러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안팎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푸에블로」의 불법 납북 또는 무장 공비의 미수에 그친 청와대 기습 사건을 엄연한 전쟁 행위로 규정한다면 미국이 취하는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 조치는 당연한 것이다. 「푸에블로」 사건과 더불어 미국이 국가 안보 회의를 소집하고 「엔」호를 파견하고 전극동군에 비상 사태를 선포한 것은 한국 내지 극동의 평화 유지를 위해서나, 한·미 동맹 관계를 보나, 또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서나 어느 모로 보든지 마땅한 것이다.
미국은 「푸에블로」호의 석방을 위해서 전기한 군사적 조치 이외에 외교적인 해결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소련과 「호트·라인」으로 대화하고 있다는 말이 있는가하면 지난 24일에는 판문점 정전위원회를 통해서도 항의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과의 대화가 성립될 수 있는가. 그것은 사람과 사람 아닌 것과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침략자들의 폭주를 말로써 해결한다는 것이 도저히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웅변히 증명하고 있다. 만약 정치적 해결 의견이 있다면 그에 앞선 감연한 실력의 전개가 필요할 뿐인 것이다.
만약 북괴가 끝내 「푸에블로」호의 석방을 거부할 때 원산 앞바다에 유익중인 「엔」호가 어떤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지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약 4년 전의 「통킹」만 사태 때 미 함정 「매독스」호와 「지터너·포이」호가 피격 됐을 때 지체없이 월맹 기지와 함정을 폭격하고 미 국회 상하 양원에서 동남아 군사 조치 안을 결의한 단호한 태도를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의연한 태도만이 북괴의 전쟁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북괴에 대해 외교 통로 운운한 유화적인 태도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것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푸에블로」호의 피납 사건을 계기로 한 「엔」호의 원산만 출동과 일련의 대응 조치는 한국의 긴강 완화와 평화 유지, 또는 북괴 도발의 억지를 위해 반드시 그 성과를 거두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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