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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괴「게릴라」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1명이나 되는 북괴「게릴라」가 서울 시내에까지 침입하여 일전을 벌인 사실, 그리고 그무리들이 아직도 일망타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또한 우리의 국가안보와 직결된 많은 문젯점을 제기시켜 주고 있다.
첫째, 지난19일에 파주군법원리에서 그야말로 목숨을 건 우승제형제들의 용감한 신고로 그 출현이 이미 알려져 있었던 「게릴라」들이 어떻게해서 21일밤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가 무엇보다도 문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어제 저녁 방첩부대에서 행하여진 기자회견에서 생포된 김신조는 그 사흘동안 단한번도 우리군경에 발견되지 않았었다고 진술했다. 참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언필정 철통같은 비상망운운하여 왔던 관계당국의 경비태세에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게 아닌가.
둘째, 그동안 즉, 19일부터 22일 새벽까지의 보도관제는 과연 타당하였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회의가 없지 않다. 지난 해에도 우리가 알기로는 거의 전국적규모에 걸쳐 준동했던 무장간첩들의 동태를 당국이 인지하게 된 것은 90「퍼센트」이상이 민간인의 신고에 의한 것인줄 안다. 따라서 간첩 내지「게릴라」대책에 있어서 국민들이 협력할 수 있는 문을 애써 폐쇄했던 이번 처사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욱이 주말을 끼고 있었던 관계로 사전에 인지만 되어 있었던들 그 많은 근교등산로 가운데서 수상한 자들의 거동에 관한 신고가 있을법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셋째, 대간첩 내지「게릴라」작전이 지금까지 너무도 산만하게 무통제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가. 만약에 우리의 경비태세가 질서정연한 것이었다면 그「게릴라」들이 19일부터 사흘동안이나 거침없이 활개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령 통제본부가 있고 횡적연관이 긴밀하였던들, 또 지역분담이나 직책분담이 명확하였던들, 그런 진공이 수도주변에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랴부랴 예정이 앞당겨져서 간첩작전본부가 발족되었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이 작전본부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경비업무가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이순간에 모든 자유시민이 함께 갖는 요망일 것이다.
그리고 본란이 어제도 지적하였지만 최규식 종로경찰서장의 장렬한 전사는 참으로 고귀한 간성구실을 하였다고 숙연히 찬양하지 않을 구가 없다. 만일 그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던들 북괴「게릴라」들은 더많은 만행의 발자국을 서울에다 남겼을 것이 분명하다. 거듭 그의 순직을 애도하며, 찬양한다. 또한 법원리 우형제들의 용감한 자유시민정신도 두고 두고 우리의 귀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당국자들의 기동성, 용감성도 문제이겠지만 그와 같은 생사를 초월한 시민들의 협력정신은 사실 대「게릴라」내지 간첩작전의 성패를 그 근원에서 좌우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당국자는 당국자대로 그 대책에 만전을 기하여야하겠고, 국민들은 과도적인 생활상의 불편을 참고 이겨 모두의 마음속에 승공의 기지를 구축하여야 할 것을 제창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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