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北송금 수사 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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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억달러 대북 송금 사건의 수사를 유보하겠다고 3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김각영(金珏泳)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소추와 함께 사건 수사를 특별검사에 맡기도록 하는 특검법안을 국회에 발의키로 해 대치정국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이날 오전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대북 송금사건의 진상은 밝혀져야 하지만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 진상 규명의 주체와 절차.범위 등을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수사 유보 발표=대검은 이날 오후 '4천억원 관련 검찰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대북 송금 문제는 통일정책의 일부로, 사건 진상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먼저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남북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 이익을 위해 수사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던 산업은행 대출금 4천억원 가운데 2천2백35억원이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고▶정치권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며▶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수사 유보 방침에 따라 검찰은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회장 등이 방북을 이유로 낸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치권 대립=박종희(朴鍾熙)한나라당 대변인은 "검찰 결정은 직무유기로 월권이며 DJ의 '사법 심사 곤란', 盧당선자의 '국회 처리' 발언에 발빠르게 처신한 정치검찰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며 "검찰 수뇌부에 탄핵 소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朴대변인은 또 "국기 문란 범죄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등 의혹을 풀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 특위(위원장 李海龜)'를 구성, 청와대의 박지원 비서실장.임동원(林東源)외교안보통일특보와 김보현(金保鉉)국정원 3차장의 출국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낙연(李洛淵)당선자대변인은 盧당선자의 발언과 관련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특검제.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모두 국회가 국익을 고려해 판단해 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유인태(柳寅泰)청와대 정무수석내정자는 "청와대든, 현대든, 정부든 관련 당사자가 국회의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에 비공개라도 나가 먼저 진상을 밝힌 뒤 한나라당을 설득해 보고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총무는 5일 회담을 열고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특검제 실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훈.김원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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