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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가 열쇠…생체인식 시대 성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집을 장만한 김과장은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는 문을 열고 닫을 때 열쇠를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 앞에 달려 있는 유리벽에 손가락을 한 번 대기만 하면, 문이 열리고 닫힌다. 김과장은 얼마 전 자동차에 지문 인식기를 달아 놓고 나서는 열쇠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손가락 대신 눈을 이용한다. 지문이 없는 몇몇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서는 출퇴근 체크 시스템으로 홍채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뱅킹도 지문 인증 마우스를 이용, 패스워드 대신 지문을 이용하고 해외 출장을 위해 공항에 가도 여권 대신 얼굴 인식으로 간단히 검사대를 통과한다.

이 정도로 생체인식 기술이 일반 생활에 녹아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아직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수년 내에 이런 모습들이 널리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가 심화될 수록, 본인임을 인증할 수 있는 도구들이 필요하고, 간편하게 본인임을 인증하기 위해서 생체인식 기술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는 입국하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두 눈을 대기만 하면, 여권 심사를 위해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홍채인식 기반의 신원 확인 시스템을 적용했다. 암스테르담의 시폴 국제공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도 홍채인식 기술을 이용한 출입국 검사대가 마련되는 등 해외에서는 공항을 중심으로 생체인식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생체인식 기술 대중화 현황 = 국내 생체인식 업체들이 올해를 생체인식 기술이 대중화로 가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각종 프로젝트들을 올해 활성화해, 일반인들의 생체인식에 대한 인식을 높이겠다는 것.

지난해부터 고급 빌라와 사이버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지문 인식이나 홍채인식 솔루션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홍채인식 업체인 세넥스테크놀로지가 동방그린종합건설과 경원코퍼레이션 등 건설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자사의 홍채인식 제품인 ’트루아이’를 공급하기로 해, 이 건설업체가 구축하는 빌라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홍채인식장치에 눈을 맞추기만 하면 간편하게 문을 열 수 있다.

금융거래와 미아 찾기 캠페인에 이용되고 있는 것도 생체인식 기술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분야. 대표적으로 한빛은행이 바이오 인증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주택은행이나 신한·조흥은행도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생체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빛은행의 바이오 인증은 고객들이 ID나 비밀번호를 외울 필요 없이 고객의 지문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로,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고객들이 마일리지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마일리지 적립에 지문 인증 기술을 이용하는 사례나 온라인 서비스의 사용자 인증을 위해 지문 인증을 적용하는 경우 등 생체인식 기술을 기존 시스템과 접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의 대중화 사례 = 생체인식 기술은 공항 외에 슈퍼마켓이나 일반 기업 시스템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쓰리프트웨이라는 슈퍼마켓은 지문 인식기반의 지불 승인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이 신용카드가 없더라도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있다.

이 슈퍼마켓 고객은 쇼핑을 한 후, 지문 인식 장치에 손을 올려놓으면, 여기에서 추출된 지문데이터를 저장된 고객 데이터베이스 정보와 대조한 후 거래에 대한 승인을 받게 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슈퍼마켓 고객은 현금이나 카드를 분실할 위험이 없고, 계산대 속도를 향상시켜 고객의 대기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딜런스 캔디 바는 출퇴근 시간 체크를 위해 ‘생체인식 타임 레코더’를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펀치카드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직원의 손가락이나 손바닥의 돌출부와 오목한 부분의 패턴을 스캔하고 측정해 신원을 확인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생체인식 기술 =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체인식 기술이 등장하는 영화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녀 삼총사와 데몰리션맨과 같은 헐리우드 영화뿐만 아니라 쉬리와 같은 국내 영화에도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촬영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국내 영화 ‘뚫어야 산다(가칭)’에는 홍채인식과 지문 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이 실감나게 소개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생체인식 업체들에게 생체인식 기술이 나오는 영화가 ‘적’인지 ‘동지’인지 구별이 잘 가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노출이 많아지면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영화 속의 생체인식 기술은 대부분 주인공에게 맥없이 무릎을 꿇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생체인식 업계 전문가들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생체인식 대중화에 대한 전망 = 국내·외에서 생체인식 기술 대중화 바람은 더욱 다양한 모델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생체인식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생체인식 기술은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수준으로는 대중화되기가 쉽지 않다. 대량 생산이나 신기술 개발 등으로 제조 원가를 낮추는 것이 생체인식업체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문 인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은 호기심으로 생체인식 기술을 바라보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보안성에 대한 신뢰를 줘야한다.

또한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최근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이유로 생체인식 기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어, 사회단체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생체인식 업계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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