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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점 향하는 인천 은하레일 짓는 데 853억, 철거해도 25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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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월미은하레일이 최종 안전검증 결과에 따라 올 상반기 중 운행 또는 철거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달 말 시범운행하는 모습. [사진 인천시]

‘짓는 데 853억, 부수는 데 250억’. 말 많고 탈 많던 인천 월미은하레일의 운명이 조만간 결정된다. 결함을 고쳐 운행을 시작할지, 아니면 철거할지가 최종 판가름될 안전성 검증 용역이 다음주 말께 나오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철도기술연구원의 최종 안전성 검증 용역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중에는 은하레일 운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운행 개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인천시는 취재진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했다. 33분여 동안 6.1㎞ 전 구간을 타보니 그간 지적돼 온 결함들이 여전했다. 우선 교각 등 토목공사부터 잘못돼 있었다. 교각의 위치가 허용오차(50㎜)를 크게 벗어나 있었으며 상판 위의 레일까지 지그재그로 깔려 있었다. 모노레일을 떠받치고 있는 교각이 일직선 상에 세워지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차량이 흔들리고 소음이 발생했다. 인천교통공사 이찬원 은하레일사업팀장은 “교각의 위치 오차가 크게는 10배(500㎜)나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무인자동운행 시스템에서 운행 도중 멈춰버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또 역에 정차할 때도 정위치에 못 미쳐 서기도 했다. 그때마다 수동 모드로 바꿔 바로잡아야 했다. 이 같은 결함들은 지난달 중순 송영길 인천시장 등의 시승 행사 때도 동일하게 발생, “이대로 운행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일부 시승 참가자 사이에서는 “교통시설이 아니라 관광유희시설임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탈 만하다”는 소감도 나왔다.

 지난 1월 나온 철도기술연구원 안전성 검증 중간보고도 ‘재시공이 요구되는 수준’이라는 내용이었다. 안전사고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던 바퀴의 축 내구성 시험 결과 5개 중 3개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인천교통공사 측은 이런 상황에서 운행을 강행할 경우 ‘배보다 배꼽(보수비용)이 더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전면철거 결정도 내리기 곤란한 처지다. 250억원의 비용도 문제지만 지역주민 등의 반발이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월미도번영회 관계자들은 “단 한번도 정상운행을 해보지 않고 철거하는 것은 수백억원의 예산을 허공에 날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너 종류의 대체 활용 방안도 나오고 있다. 월미도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고공 산책로나 레일바이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인천교통공사 측은 “안전성이 보장되는 다른 형태의 모노레일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나든 세금 낭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월미은하레일은

● 총 사업비 : 853억원

● 노선 : 인천역~월미도 간 6.1㎞

● 궤도 : 7~18m 높이 고가레일

● 차량 : 시속 25㎞ 이하의 70인승 궤도차량

● 역사 : 월미은하역·월미공원역·월미문화의거리역·이민사박물관역 등 4개

● 착공 : 2008년 7월

● 준공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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