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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끼리~한 이 느낌, 좋다아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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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산전수전공중전 인생유전을 다 겪고 1집 앨범을 낸 개성 넘치는 그룹 ‘장미여관’. 왼쪽부터 강준우·임경섭·윤장현·배상재·육중완. [사진 록스타뮤직앤라이브]

‘2013년 장미여관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 가족 같은 마음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런 문구가 인쇄된 여관용 일회용품 키트와 함께 앨범이 배달됐다. 이른바 ‘더티 섹시 비주얼 밴드’라는 장미여관은 지난해 KBS ‘탑밴드2’에서 ‘봉숙이’란 곡으로 유명세를 탔다. ‘야 봉숙아/말라고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스 났드나’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지독히 감미로운 목소리로 화제가 됐다. 외모나 연식, 음악적 완성도로 봐도 이제 겨우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낸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그들을 만났다.

 장미여관은 부산 라이브 카페에서 10년 여 노래를 부르다 자신의 음악을 하겠다며 서울에 올라온 강준우(보컬·33)·육중완(기타·33)을 주축으로 2011년 결성됐다. 해남 남자 윤장현(베이스·39), 마산 사나이 임경섭(드럼·35)이 합류했다. 탑밴드 출연을 앞두고 배상재(기타·34)를 끌어들였다. 기준은 ‘장미여관에 가장 잘 맞는 비주얼’이었다. “누가 얘기해도 ‘홍대에선 배상재가 제일 썩었지’ 하더라고요.”(육중완)

 다섯 색깔의 남자가 뒤섞여 검은색을 완성한 셈이랄까. 첫 방송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번 앨범에는 ‘탑밴드’에서 화제가 됐던 ‘봉숙이’와 ‘너 그러다 장가 못 간다’를 포함한 12곡이 담겼다. 앨범 제목은 ‘산전수전공중전’이다.

 “남녀가 겪을 수 있는 모든 걸 담았습니다. 시작하는 연인, 헤어지고 후회하는 거, 짝사랑하는 거, 산전수전 겪은 커플까지 다 있거든요. 우리 멤버들도 이 앨범 내기까지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었고요.”(강준우)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앙코르 상영이 끝나고 열린 콘서트에서 베이스를 쳤거든요. 그때 영화 보면서 ‘아, 이렇게 살기도 하는구나. 안 됐다’ 생각했는데, 몇 년 있다 저도 (주인공처럼) 룸살롱 가서 몇 년 반주했습니다.”(윤장현)

 1집 앨범엔 70~80년대 멜로디와 구성, 악기를 통해 복고적인 소리를 냈다. 강준우와 육중완의 목소리에 취해 듣다가 유머러스한 가사에서 웃음이 터진다. “꼬시리라 꼬시리라 서울 아가씨 꼬셔서 장가가리”(‘서울살이’), “어데 여자가 집에 올라꼬”(‘하도 오래되면’) 등 양념처럼 쓰인 부산 사투리에선 쓰러질 수밖에 없다.

 “웃기려고 한 게 아니고 감정을 살리려고 한 겁니다. ‘노란색’ 보다는 ‘누리끼리~’한 느낌이 좋잖아요. 의상도 마찬가집니다. 흰 정장 맞춰 입고 무대에 올라가니 관객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고, 음악도 더 열심히 듣더라고요.”(강준우)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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