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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중국 접경지역 불야성 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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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홍콩과 중국이 드디어 24시간 내내 통하게 됐다."

중국의 경제특구인 선전(深)에서 봉고차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양밍다(楊明達.49)씨는 춘절(春節.설날) 연휴기간 중 '전일(全日.24시간)통관제'를 격찬했다.

중국과 홍콩이 춘절을 계기로 지난달 27일 0시부터 '양지(兩地)통합'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전엔 새벽시간대엔 빗장을 채웠던 양측이 홍콩은 록마차우, 중국은 황강(黃崗)에 한해 24시간 통관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춘절 연휴기간 중 양측을 오갔던 2백여만명은 어느 때보다 느긋한 표정이었다.

홍콩인들이 많이 찾는 황강 근처는 밤샘 영업을 하는 가게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홍콩인 추사오롄(邱小蓮.38)씨는 "아무 때나 돌아가면 돼 쇼핑과 식사를 한 뒤 안마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을 겨냥해 중국의 가전 유통업체인 궈메이(國美)는 최근 황강 검문소에서 5분거리에 1천여평의 대형 매장을 오픈했다. 설날 전날 하루 동안 무려 1천6백만위안(元.약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불황의 그늘이 짙은 홍콩에서도 특수(特需)를 기대하는 눈치다. 홍콩인들이 중국에서 쓰는 것보다 내지(內地.중국)관광객이 홍콩에서 쓰는 뭉칫돈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과 가까운 신지에(新界) 부근의 아파트는 최근 한달 새 거래가 급증하면서 값이 5% 넘게 올랐다. 부동산회사 중위앤디찬(中原地産)의 롼시창(阮錫章)이사는 "중국에 일터가 있는 홍콩인들과 홍콩에 살려는 중국 부호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콩의 자영업자들은 '환영 반 우려 반'이다. 무역업체와 금융.통신.운수업종은 희색이나, 호텔.관광.식당.도소매업은 "가뜩이나 불황인데…"라며 한숨을 내쉰다.

일각에선 "인파가 많이 몰리는 춘절과 노동절(5월 1일).건국기념일(10월 1일) 같은 때만 24시간 통관을 실시하자"는 타협론도 나오고 있다.

양측은 1950년대 초 처음으로 오전 8시~오후 4시에만 인적 왕래를 허용한 이래 통관시간을 일곱차례에 걸쳐 연장하면서 벽을 낮춰왔다. 중국.홍콩간 7개 통관지점 중 하루 26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뤄후(羅湖)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홍콩 정부는 이번 조치를 '주장(珠江)경제권' 통합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홍콩 돈과 사람이 중국으로 빨려들어간 만큼, 앞으론 주장 근처의 선전과 둥완(東莞).광저우(廣州).중산(中山).주하이(珠海) 등을 아우르는 '맏형 도시'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홍콩의 도날드 창(중국 이름 曾蔭權) 정무사장(司長.부총리격)은 "대대적인 투자유치단을 만들어 홍콩 기업들이 주장 삼각주로 진군하게 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중국과의 통합을 꺼려왔던 홍콩인들이 실리를 의식해 중국 대륙을 껴안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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