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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盧특사단 부시 면담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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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의 시각과 입장을 미국 정부에 알리는 실질적 내용이 중요하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났느니 못만났느니 하는 형식에 너무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3일 밤(현지시간) 늦게까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구수회의를 하던 방미 특사단의 한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 접견 계획이 불투명해진 사연을 묻자 국내 여론을 의식한 답변부터 먼저 꺼냈다. "외교관례상 정상과의 일정은 미리 확정하지 않는답니다. 백악관 담당자들도 애를 쓰고 있으니 좀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힘들 것 같군요."

평양에 간 임동원(林東源)특보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못만난 직후라는 점을 상기시키자 그는 "그와는 다르다"면서 "이번 경우 일정이 미리 확정됐던 것도 아니고, 더구나 컬럼비아호 사고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며 손사래를 쳤다.

상황은 이해할 만도 하다. 특사단은 2일 워싱턴에 도착했고, 부시 대통령은 3일 오후 부랴부랴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 현장인 텍사스로 떠났다.

특사단이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일정에 없던 일이다. 부시 대통령은 거기에서 하루를 묵으며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4일 오후 1시에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나 백악관으로 돌아오는데 특사단은 다음날 오전 일본으로 떠난다.

그렇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盧당선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특사를 빨리 보내달라"고 했던 말은 어찌 해석해야 할까.

일정상 도저히 짬을 내기 어렵다면 특사단이나 盧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 설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이효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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