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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투명한 댐으로 물 차단하면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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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한 ‘트랜스포터블 댐’의 조감도. 철골과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한 투명 댐으로 암각화 주변을 둘러쌌다. 필요에 따라 해체하고 이동시킬 수 있다. [사진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5000년 전 조상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선사시대 바위그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논의가 뜨겁다. 정치권마저 가세하는 양상이다. 인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보존하자는 문화재청의 ‘수위조절안’과 바위 주변에 제방을 쌓아 물을 차단하자는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두 안의 단점을 보완한 제3의 아이디어도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건축가 함인선(54·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씨가 구상한 ‘트랜스포터블(Transportable) 댐’ 방안도 그 중 하나다. 현대적 건축재료를 사용, 이동·해체가 용이한 댐을 만들어 암각화 주변에 설치하는 방법이다. 투명하고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기존 자연경관 및 지형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때에 따라 철거도 가능하게 한 편리성이 돋보인다. 올해 초부터 한양대 대학원 건축학과 학생들과 함께 이 방안을 구상해 온 함 대표는 곧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에 이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트랜스포터블 댐’안의 기본 아이디어는 철골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등을 이용해 투명 인공막을 만들고, 이를 암각화 주변에 둘러싸 물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현장에는 기초만 설치한 후 외부에서 제작한 골조와 막을 싣고 가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폴리카보네이트 막은 햇빛이 투과돼 이끼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철골은 우산대처럼 접히도록 구성해 수위 변동에 따라 높이조절도 가능해진다. 사연댐 수위가 높아지면 인공댐의 높이를 60m 이상으로 높여 물을 차단하고, 수위가 낮을 때는 높이를 낮춰 물 속에 대부분 잠기도록 만든다. 함 대표는 “이동이나 해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체 상수원 확보나 우회수로 개설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암각화를 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울산시의 ‘생태제방안’ 역시 암각화 주변에 생태제방을 쌓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주변 자연경관의 훼손과 지형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울산시의 주장에 반대해 왔다. 문화재청은 2010년 반구대 암각화를 인근의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과 함께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고, 2017년까지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유물의 외형적 보존 뿐 아니라 주변 환경요소의 보존 역시 중요하다. ‘트랜스포터블 댐’은 일단 투명한 재료 등을 쓰기 때문에 주변 경관 훼손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암각화를 물 안에 완전히 잠기게 한 후 수중 통로를 이용해 암각화를 관람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중국 충칭시에 이번 달 문을 연 수중박물관 ‘바이허량 박물관’이 모델이다. 문화재청은 일단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입장이다. 강경환 암각화 전담 TF팀장은 “각종 제안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겠다. 유네스코 관계자들의 조언도 들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영희 기자

◆반구대 암각화=울산광역시 울주군 대곡리의 바위에 새겨진 그림. 신석기 말~청동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폭 10m, 높이 4m 정도의 면적에 고래·물개·사슴·호랑이 등의 동물과 사냥·고래잡이 장면 등 총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선사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한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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