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부모님들께 드립니다, 음악과 카네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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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에 박수를 보내는 학부모들과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오른쪽).

“바쁘고 고단할 때도 다정히 웃는 얼굴로 품에 안아 잠들게 하는 고마운 어머니. 언제나 나를 보고 기쁨이라 말씀하시는 넓은 그 사랑 생각하며 희망으로 자랄게요.”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강당. 신용산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에 객석에 자리한 어머니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뜻 보면 평범한 어버이날 기념식처럼 보이는 이 행사는 시교육청이 29개 특수학교 학부모 150여 명을 초청해 마련한 ‘카네이션 작은 음악회’. 지적장애·지체장애 등을 가진 아이를 돌보느라 평소엔 음악회 한 번 제대로 가기 힘든 부모들을 위한 자리다. 아이가 열 살이 넘도록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아보지 못한 부모들도 많았다.

 음악회는 “어버이날을 맞아 가장 고생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는 문용린(66) 교육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샌드 애니메이션’ 공연, 발달장애를 극복하고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들로 구성된 ‘미라콜로 앙상블’의 공연이 열렸다.

이어 발달장애 아들을 어엿한 수영선수로 키운 가수 이상우(40)씨가 등장하자 강당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학부모들은 카네이션을 머리 위로 흔들며 이씨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씨는 “장애는 불행이 아니라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다. 언제나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6학년 지적장애 아들을 둔 이옥연(42·여)씨는 “오늘처럼 장애학생 부모들이 모여 함께 즐기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행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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