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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만에 넘어간 2,200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예산안이 처리되던 국회
○…「24파동」이란 어두운 역사를 가진 한국의 의회민주수의는 정미년말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12월28일 새벽 1시8분-. 의사당은 차라리 전장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싸움터의 병사처럼 노호의 육박전을 벌였고, 이 소란 통에 새해 예산안은 초유의 변칙과 날치기로 처리되고 말았다.

<전운은 초저녁부터>
○…여·야간에 정면실력 대결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27일 하오의 국회본회의장은 초저녁부터 전운이 감도는 초긴장 상태-. 일전을 각오한 야당의원들은 하오8시부터 유진오 당수를 비롯한 40명의 의원들 (박순천·김현기·한통숙·김세영 의원 등 결석)이 의장석을 중심으로 3렬 포진-. 철통같은 방위태세를 갖추고 「박카스」로 「스태미너」를 보충하면서 비상대기. 하오8시께 국회 경위들이 방청석에 앉은 의원비서들을 모두 퇴장시켰다. 10시30분께부터 공화당의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하자 연9일째농성에 지칠대로 지친 신민당의원들은 긴장하기 시작-.

<예결위서도 날치기>
○…본회의장에서 여·야가 대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결 특위는 28일 상오0시58분 국회 제3별관「특벌위원회실」에 긴급소집, 공화당과 시· 5군 소속위원만으로 2천2백15억 원 중 5백만 원을 삭감, 조정한 「68년도 예산안」을 안동준 예결위원장 사회로 1분 동안에 전격처리-.
이날 밤 예결위의 속결회의에는 10여명의 보도진과 속기사 등 약간의 국회직원만이 지켜봤을 뿐 국무위원이나 방청인은 한사람도 없었다.
시내 서린 「호텔」에서 미리 집결, 28일 자정을 넘기고 상오 0시58분에 안위원장의 인솔로 박종태(공화) 양찬우(10· 5구)의원 등 23명의 의원이 입장, 주변을 살핀 후 초「스피드」로 의사를 진행했다.
○…여·야가 본회의장에서 결전을 각오하고 있는 27일 하오8시부터 1시간 반 동안에 강경순 부의장은 백남억(공화) 유진산· 이재형(신민)의원을 초치, 마지막 협상을 시도했으나 별 무성과.
밤10시45분, 장부의장은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에게 『이 밤 안에 내사회로 본회의를 강행하겠으니 양해해달라』고 사전통고.

<뒷 구석을 향해 돌격>
○… 『예결위 소집은 왜 통지도 않나? 안동준이 나와라…』 예산안 예결위통과를 전해들은 신민당의원의 노호가 터지는 순간 뒷자리의 공화당의원들이 모두 일어나고 그 틈을 타서 1시5분 본회의장에 들어선 장부의장은 공화당 석 구석 편 뒷자리 (김장섭의원 석 뒤편)에 마련된 발언대에서 임시 가설된「마이크」를 잡고 본회의 개회와 예산안 상정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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