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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대치 의사당 스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새해 예산안 처리로 맞서 공화·신민 양당 의원들이 26일 밤 철야로 대치한 국회 안팎은 마치 「결전전야」을 느끼게 하는 긴장된 분위기-.
신민당의원들이 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본회의장에 26일 상오11반부터 공화당의원들이 입장, 본회의장안은 격돌직전의「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는데 공화당은 밤새 신민당의원들의 체력소모를 위한 「안면방해작전」 등의 신경전으로 시종.
각 상위소속별로 1군, 2군으로 나누어 식사까지 교대로 하며 본회의장에서 대치를 계속해온 공화당은 27일 자정이 넘자 원내 총무단이 분주히 오가며 의원들의 출석상황을 점검. 12시반께부터 열린 김 당의장 각상위장 원내총무난동 연석회의가 끝나고 새벽l시5분, 김창근 부총무를 선두로 각상위장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의장석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신민당의원들은 입었던 「오버코트」를 벗어 젖히고 대열을 정비, 본회의장안은 긴장.
김창근 김창욱 오원선 씨 등 5, 6명의 공화당의원들은 사무처직원들에게 『의자를 가져 오라』고 호통, 직원들이 의장석에 「바리케이드」로 쌓아놓은 의자를 가지러 가려하자 김영삼 김수한의원 등이 일어나서 『우리 손으로 쌓아 놓은 것을 누가 손을 대느냐』고 호통, 약5분 동안 여·야 사이에 야유와 고함이 오가는 등 소란했다.

<삼중의 야당전열「아예 기관총을…」>
○…신민당의원들은 공화당이 또 한번 의사를 기습적으로 강행할지도 모른다하여 대비책으로 삼중의 저지선을 구축. 맨 앞줄엔 유진오 당수를 비롯한 유진산 서범석 정일형 이재형 조한백 의원 등 중진급으로된 10여명의 「세득반」, 다음 줄인 국무위원석엔 김영삼 원내총무 고흥문 김재광 김대중 김수한 김상신 의원 등 20여명의 「실력 저지반」, 맨 뒤 의장석 주변엔 송원영 성락현 의원 등 20여명으로 「최후 고수반」 등‥·.
27일 자정이 넘자 신민당의원들에게『○시 ×분에 강행한다』는 정보가 시간마다 날아들어 김영삼 원내총무는『공화당이 고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수법인 잠 못 자게 하는 정신적 고문을 하고 있으며 이것은 정치를 떠나 인간도의의 문제』라고 비난하는가하면 김상신 의원은 『이러지 말고 아예 기관총으로 우리를 모두 쏘아 죽이는게 어때』라고 고함을 치기까지.

<여의 전략 숙의 중 양주에 엿도 동원>
○…본회의장에서 신민당과 대치하고 있는 동안 이효상 의장과 김종필 공화당의장은 자정넘어까지 청와대를 드나들며 전략 숙의에 분망.
26일 밤 10시50분 이의장이 청와대로 들어갔고 0시30분 박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김 당의장도 올라갔다. 27일 0시3O분 이의장과 김 당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국회로 돌아왔는데 이 의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야당의원들의 농성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니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엉뚱한 답변을 하고 새벽4시까지 의장실에서 두문불출.
한편 공화당 원내 총무실에선 각 상위별로 간담회 형식으로 의원들이 모여 양주잔을 기울이는가하면 의석에선 여재필·배길도의원 등이 흰엿을 명패로 깨뜨려 먹는 등 체력유지(?) 에 열중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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