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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종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종교계는 한층 발돋움해 보았다. 안으로 새 영도자를 맞아들이고 밖으로 대화의 광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내강외유― 표면상 나타난 현상은 이런 느낌이다. 종래의 타성으론 질식하겠다. 새로운 타개책은 없을까. 힘든 영도자가 이끌어 줘야지 않겠는가. 이러한 요청은 우리 나라 종교계의 공통된 과제. 그것이 절실하면 할수록 내부가 해이돼 있고 혹은 불만이 곪아 있음을 반증한다.
불교계는 새종정으로 고암스님을 추대했다. 천주교는 연로한(?)
노대주교의 은퇴로 30대의 윤공희주교가 서울대교구장서리로 취임했다. 천도교의 최덕신교령 역시 그의 사회적 명성으로 해서 자체의 커다란 빛을 안고 앉았다. 영도자가 바뀜에 따라 기대와 가능성을 바람직 하게 했다.
그렇다고 지난 1년간 종교계에 혁신을 가져왔다. 종교계의 침체 내지 내부의 소용돌이가 그것을 쉽사리 가능케 하지 않으려니와 [역량 있는 인물]에도 문제가 있다.
불교계의 고암정종은 영도력을 묻기 전에 상징적으로 추대됐을 뿐. 오히려 영암총무원장이 실질적인 주역이다. 그는 지나봄 해인사회의에서 이청담을 압승하는데 이끌었고 총무원장직에 앉자 박력과 통솔력을 보여온다. 대처와 화의 하는데도 반성공은 한셈. 그러나 잔무처리가 고작일 뿐, 불교중흥까진 생각할 수 없다.
[가톨릭]은 윤주교를 새일꾼으로 뽑아 대담하고 참신한 교회행정에 대한 기대를 안겨줬다. 그러나 최근엔 다시 수원교구로 돌아가리라는 말이 교회에선 떠돈다.
[로마]에서 서울대교구장의 지명이 예상외로 지연되는 것은 서울교구내의 문제성을 암시하고 있다.
천도교 최교령은 천도교가 워낙 허탈상태에 빠져 있으므로 발전은커녕 다만 현상유지가 당면한 과제.
한편 종교계가 [상호간의 이해]를 꾸준히 꾀해왔다. 그것은 공존의 방법이기도 하려니와 포교와 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방편. 지난10월 서울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동남아지역대회는 분파가 특히 심한 신교계에서 각광받는 모임이었다. 또 YMCA는 각 종교의 청년들을 초청해 [근대화에 이바지할 청년상]이란 [심포지엄]을 성황리에 베풀었다. 기독교의 신·구교의 합동예배가 연말을 기해 드디어 실현을 봤다. 한국종교인협회는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나 [공동이해]란 점에서 모임의 의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소박한 의미의 이런 야합은 종교 자체로 볼 때 극히 외연적인 문제. 합동예배나 합동[세미나]가 통합의 길은 아니다. 그것은 극히 작은 일에 불과하다. 보다 자체의 심화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국어체로 번역한 새 성경과 찬송가를 간행한다. 천주교는 종래의 극히 관념적인 문답식 교리서 대신, [인간의 문제]에서 시작된 보다 설득력 있는 교리 책을 편찬해냈다.
불교는 역경사업에 한층 열을 올리고 있고, 천도교 역시 경전의 현실화를 내년 안에 실현하겠다고 다짐한다. 또 기념관과 관계 박물관의 건립도 활발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기초작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가 자체의 발정을 꾀하려면 아직도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기사에 협조한 분="김태관·백세명·서경수·이기영·전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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