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여불의 외곡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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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8양곡연도가 개시된 지 근 두달만에 양곡수급 계획이 발표되었다. 삼남지방의 흑심한 한재로 량곡수급계획을 짜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가격정체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곡종별로 수급계획을 짜기 때문에 계획수립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동안 농림부가 해명한 지연 사유이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계획은 곡종별로 짜여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계획발표를 늦출 만큼 한재상황이 큰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미곡의 경우 평년작보다 77만섬, 66년보다 2백19만 섬밖에 감수하지 않았다면 진실로 계획을 늦출 만큼 커다란 흉작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다. 오히려 어딘가 숨겨진 사실이 있는 것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우선 삼남지방의 한해면적이 40만 정보에 달한다고 합동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는데 그피해상황이 2백여만섬밖에되지않는지 의무니다. 다음으로 삼남지방의 식수난이 우심할정도로 한발이 계속되었는데 수급계획상의 68연도 맥작은 평년작으로 추계된것도 납득할 수 없다. 맥류파종에 지장이 없었다는 것인지, 춘파맥류로 평년작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춘파맥류로대신한다면 맥종자는 충분히 비축되었는가도 석연치 않다.
또한 발표된 계획으로 비루어본다면 쌀과 맥류공급량이줄고있는데 그렇게되면 쌀값파동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기왕 쌀 공급량이 줄 것이었다면 추곡매상가격을 높이고 활발히 매상조작을해서 쌀값수준을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인상시키고 소비를 정책적으로 억제시켰어야 쌀값파동을 막을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의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급계획상의 문제점은 사실상 지엽적인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은 농정의 존재양식이라 하겠다. 농업생산통계의 현실화작업으로 농업성장을 장식하기는 했지만 외곡도입규모는 계속늘어야하고 양곡자급률이 떨어져야 한다는 모순은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겠는가.
'67연도의 외곡발생주량이 1백56만 톤이었다는 점도 따지고 보면 농정의 실직이 통계상의 성장과는 부합되지못하는 것을 뜻한다. 더욱이 67연도 추곡이 감수되고 68연도에 순외곡발주량이 1백20만 톤을, 그리고 2백19만석정도의 감수에 1백20만 톤 이상의 외곡을 도입해야한다면 농정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할 것이다.
오늘날처럼 농정이 부진하다면 이 나라의 경제개발은 커다란 좌절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1년에 근 1억불의 외화를 식량수입에 충당한다면 현재의 수츨실적 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수출실적이 3억5천만 불에 가깝다 하더라도 대부분 가공수출이므로 가득 외화「베이스」로 따진다면 50%수준을 식량수입에 충당하는 셈니다. 차관으로 충당한대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농정실패의 압력이 누적된다면 인도의 경우와 같은 계획연결의 쓰라린 경험을 자청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풍·흉에 상관없이 외곡수입추세가 상승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똑바로 인식하고 농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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