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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전시] 그림으로 보는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과 미술가의 30년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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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사석원의 신작 `미스터 빈센트`(162.2×260.6cm). `컨템포러리 에이지` 전에서 볼 수 있다. [사진 가나아트]

1983년 서울 관훈동의 한 건물 2층에서 시작한 가나아트가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이 화랑, 아니 더 정확히는 이호재(59) 회장과 인연을 맺어온 미술가들로 꾸린 전시 ‘컨템포러리 에이지’가 열리고 있다. 광부 월급 봉투에 그린 거친 그림으로 화랑 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황재형(61),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한인 타운 곰탕집에서 마주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뉴욕의 유학생 화가 박영남(64), “뉴욕의 어두컴컴한 차이나타운에 있지만 난 항상 우주를 본다. 뉴욕에 있지만 난 꿈속에 산다”고 말해 화상 이호재를 놀라게 했던 전수천(66) 등 50여 명의 근작 70여 점을 통해 이 화랑이 걸어온 30년을 되짚었다.

 한 화랑과 꾸준히 성장을 함께한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예컨대 인기화가 사석원(53)은 1988년 3월 이후 25년간 동행해온 가나화랑을 ‘중매쟁이’라고 소개한다. 막막하고 궁핍하던 시절, 그는 파리 유학 때 한국 화랑으로는 유일하게 아트페어 피악(FIAC)에 참여했던 가나화랑을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화랑주와 만나러 가며 그는 1t 트럭을 구해 그림을 가득 실었다. 돌아올 비용은 없었다. 그는 ‘화랑주가 거절하면 그림을 인사동 골목에 버리고 오리라’ 비장한 마음을 먹었다. 화상은 그의 작품을 모두 인수했고, 그는 화랑의 전속작가가 돼 월 5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 덕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수 있었다. 당시 호당 2만원 하던 작품가는 지금 100만원이 넘는다. 창업주 이호재 회장은 2001년부터 화랑 운영을 9남매 중 막내 동생인 이옥경(52) 대표에게 넘겼다. 전시는 다음달 9일까지. 02-720-1020.

 작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전시장도 있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의 궤적’전이다. 전시를 주최하는 서울대 미술대학 발전위원회는 “대학 발전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검증된 미술가들의 작품을 시중가보다 싸게 판다”고 밝혔다. 서세옥·김창열·최의순·권순형 등 서울대 미대의 전·현직 교수, 동문 미술가 80여 명이 참여했다. 9일까지. 02-871-162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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