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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한국전 참전비 참배 "그들 희생 없었다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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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를 위해 이동하며 ‘19인의 군인상’ 중 하나를 지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은 에릭 신세키 미 보훈처장관. [최승식 기자]

6일 오후(현지시간) 4시30분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에 21발의 예포가 울려퍼졌다. 검정 정장 차림의 박근혜 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고 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남북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과 걸프전에서 전사한 22만여 명의 미국 참전 용사가 안치돼 있는 곳이다. 존 F 케네디 등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묘소도 이곳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을 찾은 박 대통령은 첫 일정을 이곳에서 시작했다.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새로운 한·미관계의 전제인 ‘굳건한 혈맹’을 확인하려는 취지였다. 박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52년 전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정과 동일했다. 박 전 대통령도 1961년 첫 방미 때 워싱턴에서 알링턴 묘지부터 참배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이어 한국전 참전기념비(Korean War Veterans Memorial)를 찾아 참배했다. 에릭 신세키 미 보훈처장관을 비롯해 한·미 참전용사들과 역대 연합사령관들이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헌화대 양옆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의장대가 도열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비 앞에서 고개 숙여 묵념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에 참전해 희생하신 분들과 역대 사령관들께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그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번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에도 이곳을 참배했었다. 그는 “(8년 전에도) 워싱턴 도착 후 바로 이곳에 왔고 오늘도 바로 이곳에 왔다”고 했다.

특히 “올해가 정전 60주년이자 동맹 60주년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1년에 300만 명이 넘는다고 들었다”며 “이는 한국과 미국 국민 모두가 한국전을 계기로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생한 역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참배를 마친 박 대통령은 기념비 공원에 있는 ‘19인상’ 중 한쪽 팔이 잘린 조각상의 실제 주인공이 이날 함께 참배한 미국 예비역 대령 ‘웨버’라는 소개를 받자 “아… 젊으셨을 때 모습 같은데…”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저녁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을 동포들이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승식 기자]

 ◆“맞춤형 동포정책”=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워싱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동포들을 만났다. 뉴욕에 이은 두 번째 동포간담회다. 박 대통령은 전날 입었던 한복 대신 흰색 재킷에 갈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박 대통령이 입장하자 450여 명의 동포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의 구성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구촌 곳곳에 있는 재외동포 인재야말로 글로벌 맞춤형 인재”라며 “동포 청년들에게 창조경제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 맞춤형 동포 정책을 찾아서 영사 서비스라든지 삶의 어려움을 먼저 찾아서 선제적 맞춤형 지원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했다. 국정운영의 원칙인 ‘현장 중심’ 행정을 동포사회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수행단에 임종훈 민원비서관이 포함된 것도 동포들의 현장 민원을 꼼꼼히 챙기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뉴욕에서 교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전문직 비자 쿼터 1만5000개 확대 ▶동포 자녀의 한글·역사교육 실시 등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우경화 문제를 언급하며 “워싱턴에서 일제 강점기에 억울하게 빼앗겼던 대한제국 주미공사관을 동포 여러분 노력으로 되찾게 됐는데 워싱턴 동포사회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워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용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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