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갑' 대기업 횡포 국회서 폭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충남 천안에서 10년째 크라운베이커리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제만(58)씨는 지난달 본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빵·케이크·원재료 등 모든 제품에 대한 주문을 이틀 전 정오까지 마감하고, 월요일 출고분은 3일 전인 금요일 정오까지만 주문을 받겠다”는 통보였다. 저녁에 주로 팔리는 케이크류는 원래 전날 오후 5시까지 주문이 가능했었다. 회사는 유통기간 내에 판매되지 못한 제품의 50%를 회사가 부담하던 ‘반품제도’도 지난해 1월 폐지했다. 유씨는 “장사를 하지 말라는 테러 수준의 주문 제도”라며 “예측이 더 어려워져 많은 양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이고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의 한 지하상가에서 7평 규모 N사의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A씨는 개점 첫날부터 200만원어치의 물건이 더 입고된 것을 확인했다. A씨가 주문한 적이 없는 제품이었다. 영업 담당자에게 항의했지만 본사의 ‘밀어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에도 갑자기 160만여원의 제품이 들어왔는데 대금 청구일마저 당일로 잡아 ‘미수금’으로 만들어버렸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월매출 3000만원 규모의 매장에 ‘1000여만원어치 제품을 더 받아서 팔라’는 연락이 왔다.

 ‘수퍼갑’ 대기업의 횡포에 피해를 겪은 대리점주와 노동자들이 7일 국회에서 불공정 행위 사례를 공개했다. 이 자리는 국회경제민주화포럼과 참여연대 등이 주최했다.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들도 영업사원이 수백만원을 갈취하고 마트 판매사원의 월급까지 부담시켰다고 주장했다. 경남의 한 대리점주 전모(45)씨는 “2007년 인근에 마트가 문을 열자 본사 영업담당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현금 500만원을 줬다”고 털어놨다.

김소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