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우리가곡에 생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홍난파에서 김세형씨까지를 시대순으로 들려준 오현명씨의 「우리가곡의 밤」은 소외된 우리가곡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점 말고라도 이에 대한 촉진제 같은 것이었다. 아울러 이 성악가의 노래는 서정을 내뱉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되새기는 여유를 보인다. 이른바 원숙한 경지에 접어든 정조라 하겠다. 그것은 소리를 최대한으로 절약하고 가락의 흐름보다는 시의 억양과 분위기를 중요시한 점이 발성과 명실상부한대서 엿볼 수 있다.
이의 절정은 김세형씨의 「뱃노래」가 아니었을까. 또한 염원조인 채동선씨의 「또 하나 다른 세계」와 대조적인 현제명씨의「나물 캐는 처녀」도 감상적이거나 외치는 따위의 상투성을 모면한 좋은 보기로 지적될 수 있고 이런 경향은 전 작품을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최약음에 간혹 티가 보이고 한결같이 소리를 끌어올린 창법은 귀에 거슬릴 뿐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지양될 것인가는 숙제로 남는다.
끝으로 더 바랄 것 없는 솜씨로 독창자를 도운 정진우씨의 피아노를 평가해 마지않는다. <김기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