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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그리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그리스가 하룻밤사이에 내란의 혈전장으로 돌변했거나,아니면 내란의 위기를 극복한 것 같다.지난4월의 쿠데타이래 군부의 집권세력과 불화중이던 콘스탄틴왕이 13일밤 군정타도의 역 쿠데타를 일으켰다.
콘스탄틴왕은 중부그리스의 라리사 시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주로 공·해군과 육군일부를 지휘하여 수도 아테네로 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로부터의 보도에 의하면 역 쿠데타 세력은 세 불리하여 파파도풀로스·파타코스 등의 현 군정이 착착 전국을 장악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콘스탄틴왕이 역 쿠데타를 강행한 직접동기는 키프로스 문제를 둘리싸고 그리스 군정이 터키에 굴욕적인 양보를 했다는 해석과 그로 인한 국민들의 반정부감정이라고 한다.그러나 키프로스문제는 그야말로 하나의 계기에 불과하다.
동기는 어디까지나 현 군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군부지도층과 국왕간의 의견충돌이다. 지난4일 파파도풀로스 일당은 국왕을 업고,왕제의 온존을 명분으로 삼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국왕은 이 쿠데타에 반대했다.
쿠데타의 목적은 5월 총선거에서 좌파세력이 승리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좌파세력의 집권을 봉쇄했다는 점에서는 국왕의 의도와 일치했지만, 그는 쿠데타라는 폭력을 원치는 않았다. 뿐 아니라 군사정권은 국왕의 참정권을 극도로 제한해왔다.
일반국민생활에 있어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투옥하고, 비틀즈형의 머리를 금한다, 미니스커트를 금한다,무능·부패관리를 축출한다,언론을 탄압한다는 등 전형적인 파시스트 독재를 서슴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 사람들은 이것을 최대의 국제적인 치욕으로 알고있다.
만일 콘스탄틴왕의 역 쿠데타가 실패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①콘스탄틴왕의 망명 또는 폐위와 ②그리스 국내에 있어서의 파시스트 독재의 강화를 의미하는것이다.
국왕의 이번 거사는 이것을 각오한 것이머,실제로 국왕일가는 로마로 망명하고 아테네에는 섭정이 임명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번사건으로 군사정권의 지도층은 독재의 기반을 강화할 구실을 잡았을 뿐 아니라 그동안 끊임없이 전해지던 군정내부의 군인들끼리의 반목이 당분간은 「휴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왕이나 군정의 지도층이나 다같이 막상막하의 우익·보수세력으로 원래 민주주의적인 정치라는 것과는 인연이 먼 사람들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극우·보수세력의 일전으로 진보적인 세력과 일반국민들만 마지막 남은 숨구멍이 막히게 된 것 같다.
국왕의 역 쿠데타에 가담한 군대가 항거를 계속하면 그것은 그리스를 둘로 가른 내란을 의미한다. 이 내란은 어느 쪽이 이기든 국민들은 얻는 게 없는 성질의 것이다. <김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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