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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국악원 소감-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건축이 너무도 소홀하다. 양풍의 건축으로 치고도 어느 나라 어떤 시대의 어떤 양식을 따온 것인지? 그야말로 창작인지도 알 수 없으나 양풍의 건축으로서도 너무나 소홀하다. 남쪽을 향하여 가로 뻗은 건물에는 이마에 수건을 두른 것 같이 [시멘트]로 지붕 아닌 처마대신의 육중한 모양의 것으로 되어있고 그 정면에 이층에서 아래층 마루에 닿는 기둥이 여러 개 공간에 서 있다.
한 열개가량되는 이 기둥의 굵기란 지붕 처마에 해당하는 부분과 그 부피가 어울리지도 않는다. 기둥이 부피가 빈약할 뿐 아니고 기둥의 부피는 위에서부터 아래 밑까지 같은 부피의 수직으로 내려갔다. 기둥을 여러 개 세워놓은 것은 어딘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보는 그 무엇을 짐작케도 한다.
그런데 그 기둥은 어쩌면 그렇게 빈약할까. 희랍의 2천수백년전의 기둥에는 [엔타시스포름]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둥의 중간배가 약간 부풀어 오른 것이 고추 선 것보다 얼마나 우아하고 또 안정감을 주는 것인가 하는 것은 희랍건축미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점이라고 일러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는 희랍의 [엔타시스포름]과는 꼭같지 않다고 하지만 그와 유사한 독특한 것을 가졌다.
그것은 기둥이 밑으로 내려가면서 부피가 굵어지고 또 밑으로 내려가면서 기둥이 약간 밖으로 뻗어 나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수백년전의 불교사원이나 궁궐의 고건축에서는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것이다. 그것은 갓을쓴 것과 같은 지붕밑의 기둥이 시각적으로 무게를 가지게 한 것이다. 그래서 건축전체가 안정감을 가지게 한 것이다.
어쩌면 새로 지은 국악원의 [칼럼]은 그리고 빈약한가. 그리고 연주실이란 것도 연주실로서 설계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학교 교실의 교단을 조금 높이한 것 같은 그런 것을 가지고 어떻게 해서 음향효과를 낼 수 있으며 또 청중은 그런 위치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는지?

<탐탁지 않은 집자리>
다음에 그 집자리가 또 탐탁지 않다. 어떻게 해서 그런 자리를 골랐는지? 집은 지었다가 허물어 내고 다시 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산을 한번 허물어내면 그만인 것이다. 서울이란 도시의 남산이 얼마나 귀한 풍치 좋은 산인가. 지금 산이란 산을 함부로 깎아멱고, 헐어내는 것이 보통 있는 허잘것없는 사람들의 하는 짓인 것을 도체에서 본다. 적어도 서울의 한가운데 있는 청송이 푸른 남산은 옛날의 남산으로서뿐 아니고 먼 앞날에 더 귀한 남산이 될 것을 생각하고 좀 더 아껴야 할 것이다.
강산이 아름답다고 예찬함은 풍치를 아낄 줄 안 다는데 그 뜻이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산에 정자나 불당을 짓는다고 해도 지형을 잘 살펴서 본래의 지형을 상하게 하지 않고 지어왔다. 산을 헐어내고 지어도 기둥 설 땅을 제대로 고루지 못하여 수각을 짓듯이 땅위에 [시멘트]기둥을 몇 개씩 세워놓고 그 위에 집이란 것을 올려놓아야 했으니 이 무슨 억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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