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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고속도로와 함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낡은 표현이지만 「자동차의 나라」미국에서는 「자동차 길」을 의식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독일에서 살면서부터 자동차만의 길을 알게된 것이다. 내가 다녀본 독일은 어느 곳이든 일단 시외로 벗어나면 곧 길을 자동차 전용도로- 요즘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고속도로에 연결된다. 노폭이 얼만가는 수치를 댈 수 없지만 정연한 4차선 도로 위로 쾌적한 현대의 속도가 달리는 것이다.
독일의 이 도로의 역사는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1차 대전이후 이 도로의 역사는 그렇게 오래된 일을 대비하고 한편으로는 실업으로 허덕이는 수많은 노동력을 흡수한 것으로 듣고 있다. 그러나 이 고속의 도로 그곳 가까이에서 쉽게 구도(舊道)- 그것은 인간교통의 유서, 독일 민족의 민족생활의 흔적 같은 길과 연결되므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한데, 지금 우리도 이 고속도로에 온 국민의 꿈이 부풀어가고 있다. 아니 그것은 꿈이 아니다. 20년의 앞을 내다보는 첫 발걸음은 이미 옮겨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도로 건설을 위해서 정부와 관계업체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그 고무적인 결과를 내가 대신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다만 이 도로의 건설은 「현대화」만을 달리게 하는데 역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강조해 두고싶다. 그것은 우리 고유의 길과 병존해야하고 공영(共榮)해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유서 깊은 토대 위해 이룩된 우리 고유의 생활이 교외에서는 쉽게 이 고속의 도로에 연결되어야 하겠다.
또한 통일을 내다보는 우리의 강력한 영위가 착실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도로에 한하지 않는 우리생활 전반에 걸친 뿌리깊은 혼선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좁다란 국도 위에 머리에 짐을 인 부녀자와 우차와 「세단」이 비벼대는 오늘의 혼신-그것을 깨뜨리고 대 국토 건설은 달리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의 새 건설도 이 길과 함께 이뤄지기를 간절히 빈다.<서강대교수·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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