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관세 폐지와 행정 재량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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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재무는 내년초에 특관세과세 대상품목을 30% 내지 40%줄일 것이며 가능하다면 내년중에 특관세를 전폐하겠다고 밝혔다. 특관세의 폐지는 자동 수입품목으로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할 것이며 특관세 폐지에 따른 과당이득에 대해서는 ①시가역산제 ②탄력세법제 ③수입자유화 ④세무사찰 등으로 다스리겠다고 서재무는 밝혔다. 세제개혁으로 관세 수권제도가 마련된 이상 특관세를 그대로 두는 것이 오리려 이상스러운 것이므로 서재무의 특관세 폐지 방침을 우리는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세제개혁 과정에서 언론계가 재계가 그토록 폐지할 것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놓아두었던 특관세 제도를 이제 와서야 폐지하겠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석연치 않은 점도 없지 않다.
오히려 수출신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나 새로운 지원방법이 없으니까 특관세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을 제기시켜 주고 있는 것 같다. 특관세를 폐지함으로써 새로운 수출 유인을 마련해 주는 대신 현존 시세이상을 받아 폭리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특관세를 폐지하려는 근본의도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물가의 상승요인을 잠시나마 막으면서도 수출신장요인을 만들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관세행정이 편의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자명하다. 관세제도가 그때 그때의 방편으로서 활용된다면 물가정책 산업정책 그리고 무역정책이 교란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그동안의 관세정책은 원칙 없는 즉흥행정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예를 들어, 연료현대화를 위해 석유난로나 연소 기기를 면세 조치한 것도 관세법 정신과는 어긋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석유난로나 연소기기가 관세면세대상인 외교관용도 아니요, 또한 중요 산업 원료나 시설은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법적이나마 기왕 면세했던 것이라면 무제한 수입이 허용되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시 면세수입으로 그쳤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폭리를 조장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관세제도는 행정 재량으로 운영되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며 객관적인 기준위에서 운영되어야 할 것임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세제개혁으로 관세 수권제도가 마련되어 기본관세에다 상하 50%의 수권관세가 붙을 수 있고 백%의 긴급관세와 「덤핑」관세가 각각 붙을 수 있으므로 행정재량의 폭은 막대한 것이다.
이러한 재량권의 행사기준이 명백하고도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관세행정은 더욱 난맥상을 이루게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아주고 싶은 업체나 산업에는 폭리관세를, 그리고 이른바 비협조적인 기업이나 산업에는 파국적 관세를 재량적으로 부과한다면 그것은 행정이라기 보다는 파괴행위에 오히려 가까워질 것이다.
이러한 생사여탈적인 새관세제도가 마련된 마당에서 특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새 관세법이 발효되는 내년 1월부터 특관세는 당연히 폐기되어야 할 것이며 그 대신 행정재량권의 행사기준을 명문화하여 자의적인 행정의 여지를 미리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더욱이 「네거」제를 채택하였으며 그에 맞는 관세제도라고 정부가 자랑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소비자 보호운동을 정부가 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소비자보호는 수입경쟁이 자동적으로 보장해줄 것이다. 특관세의 전면폐기와 아울러 관세행정의 합리화 객관화를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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