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한길의 민주당, 투쟁보다 쇄신이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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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 체제가 4일 출범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쇄신을 강조했다. 60년을 지켜온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리자고 했다. 대선 이후 지리멸렬했던 민주당으로선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이 버려야 할 것은 한둘이 아니다. 계파를 중심으로 한 분열주의, 이념에 함몰된 교조주의, 갈등과 반목, 무능과 무책임…. 그 한가운데에 노무현계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가 지난해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에서의 패배 아니었나.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노무현계가 지도부에 한 명도 진입하지 못한 것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봐야 한다. 노무현계에 대한 염증과 피로감이 그만큼 누적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실용노선으로 나아가라는 당심(黨心)의 표출이기도 하다.

 야권에선 안철수의 등장으로 민주당 중심의 독과점 체제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안철수 신당 변수는 민주당에 심상찮은 긴장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쇄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일말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는다. 리더십이나 조직 기반이 허약한 지도부일수록 쇄신에 대한 당내 불만을 선명한 대여(對與) 투쟁으로 덮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김 대표도 수락연설에서 “박정희 독재정권과 평생을 싸워온 제 아버지를 이어서 아들인 김한길이 대를 이어 박 정권과 싸우겠다”고 했다. 쇄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를 이은 투쟁’을 꺼내든 것은 아무래도 생경하다. 전투정당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

 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적은 민주당 내부의 구태다. 박근혜정부와 소모적으로 싸우거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과 경쟁하는 것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더 급하다. 그 싸움에 이겨 실용정당, 정책정당으로 당의 체질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지금부터 변화와 혁신의 폭풍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 폭풍의 끝에서 민주당은 신뢰받는 수권야당이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