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건부 등원 신민의 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은 27일 소속국회의원의 등록을 끝내고 29일 일제히 등원키로 결정함으로써 국회는 6·8총선 후 근 반년만에 정상화되었다. 그러나 신민당 운영위원회는 의정서 처리를 보류. 당내에 여·야 협상의 인책이란 파장의 불씨를 남겼으며 당선자에게도 세법개정을 관철치 못할 때는 예산심의를「보이코트」하도록 결의함으로써 정상개회는 벽두부터 파란에 휩쓸리게 되었다. 신민당은 협상의 내용을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렸으며·유진오 당수는 협상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원외와 비주류의 공격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남은 건 협상에 대한 인책">
여·야 협상의 처리와 국회의원의 등원문제를 위임받은 운영회의 9인 소위는 연일 협상정신을 존중, 국회의원은 등원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여·야 전권대표가 마련한 의정서에 대해서는『그 내용에 대한 의의를 검토하고 공화당이 의정서 발표 후 세법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책임과 여당 측 대표의 망언규명』을 이유로 추인을 보류하고 등원하는 의원들도 제세법의 재개정투쟁을 펴 공화당이 끝내 이를 거부하면 새해예산심의를「보이코트」하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의정서 추인 보류는 심각한 문제를 남겼다. 유진오 당수는『의정서는 최종확인이 끝났으며 남은 것이 있다면 여·야 협상에 대한 인책뿐』임을 명백히 하고 운영회의는 보고를 듣는 것만으로 처리를 끝내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운영회의 안의 조한백 이재형씨 등 비주류와 낙선자들은『협상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주장, 추인을 위한 표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운영회의는 이 문제를 놓고 이틀동안 격론을 벌였으며 유 당수는『추인이 거부될 경우 협상에 대한 인책으로 당수직을 내놓겠다』는 강경한 태도까지 표시했으나 9인 위는 끝내 추인을 보류한 것이다. 협상 후의 신민당 내 파동은 협상내용에 대한 불만도 큰 것이지만 다음 전당대회의 주도권 경쟁마저 얽혀있다는 풀이다.

<최고위원제도 채택 움직임>
유 당수는 여·야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때 그 내용을 유진산 조한백 이재형씨 등 각파 실력자들에게는 알려왔고 사전양해를 구했었다. 그런데도 협상이 성립되자 당내의 다수를 차지하는 낙선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고 비주류 실력자들은 협상의 책임을 유 당수에게 따지고 나섰다.
비주류는 다음 전당대회에서 집단지도체제, 다시 말하면 최고위원제도를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유 당수가 당수직을 물러나면 신민당 안의 사정은 1인의 당수를 선택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최고위원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유 당수가 협상의 승인이 거행되면 당수직을 내놓겠다는 강경 태도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각파중진들이 참석한 9인위가 의정서승인을 보류한 것은 유 당수가 물러나면 최고위원제로라도 당은 이끌어갈 수 있다는 태도를 표시한 것이라고 풀이하는 이드 있듯이 이 문제는 대외적인 것보다 신민당 주도권의 방향을 결정짓는 문제로 남았다.
당선자들은 9인 위의 결정으로 협상에 의한 등원을 실현시켰다. 그러나 등원즉시 공화당이 협상 성립 후 단독으로 처리한 세법개정안의 재개정 투쟁을 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또 의정서도 확인하고 의정서가 규정한대로 부정지구시정을 위한 특조위 설치법안도 20일 이내에 마련해야한다. 그런데 세법의 재개정을 공화당이 거부하면 예산심의를「보이코트」 해야한다는 방침이 서있다.

<공화당이 들어줄지 의문>
야당등원의 날을 앞두고 단독으로 세법을 처리한 공화당이 세법의 재개정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아직은 의정서의 원만한 이행 때문에·신민당소속 의원의 국회「보이코트」단행도 어려운 형편이다. 유 당수 중심의 주류는 국회본회의에서 일단 의정서확인절차가 이루어지면 9인위를 열어 의정서 추인을 결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비주류는 세법의 재개정까지 의정서 처리를 보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어쨌든 문제는 의정서의 추인보다 여·야 협상을 둘러싼 유 당수와 당 중진의 반목, 그리고 이로 인한 국회에서의 신민당의 강경 투쟁이다. 유 당수는 협상의 성립은 투쟁의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협상에 대한 당내의 반발을 완화시키고 협상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가까운 시일 안에 당내 외에 입증하기 위해서도 원내투쟁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의정서의 처리문제로 강경 투쟁은 제약을 받게될 수밖에 없다는 여건은 원외의 반박과 압력과 함께 유 당수「팀」에게 커다란 시련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이영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