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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신앙의 "전통" 옹호-동서문화연구소 김철준 교수 연구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아문화연구소는 지난 24일 하오3시 서울대학교문리대에서 연구발표회를 열었다. 여기서 김철준 교수(서울대·국사)는「한국의 토착신앙과 이애 미친 중국문화의 영향」에 대한 연구발표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한서군 이후에는 모든 것이 중국문화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통념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단군신화에 나오는「풍백우포」와 같은 것이 중국에서 나왔다고 보는 건 잘못이라는 것이다.
종합하는 체제나 표현은 중국이 앞섰으나 천인지학에 통하는 세계관은 우리민족을 형성한 여러 부족에도 있었다고 한다. 불교·유교가 들어왔지만, 불교는 토착신앙을 포섭 융화시켰고 유교도 토착신앙을 정리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러한 융화와 공존으로 고대 원시신앙의 크로테스크 한 면이 차츰 세련되는 과정이 고려시대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고려말에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토착신앙은 변형과 퇴화를 겪게된다. 불교 선종의 사상이 근저에 놓여있는 성리학온 당시의 가장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정신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이조시대에 들어와 유교가 사회이념 문화이념이 되면서 유교가 배척하는 요인, 예를 들면 성기숭배 같은 풍기 문란한 요인이 억압되고 토착신앙은 부녀자에만 유포되기에 이른다.
김 교수는 성리학이 우리의 토착신앙의 생명력을 크게 약화시켰으나 지식수준을 전체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후에 동학과 같은 높은 사상을 지닌 종교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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