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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가서 참상 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백림을 거점으로 한 대남 적화공작단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형사지법합의3부는 27일 상오 제7회 공판을 열고 임석훈(32·서백림 공대박사과정) 김광옥(33·동양커프롤랙탬 회사기술과장) 주석균(65·한국농업문제연구소장) 등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심문을 들었다.
이날 임석훈 피고인은 61년부터 지난 봄 귀국할 때까지 형 임석진(공소보류 중)의 권유로 동백림과 평양을 여러 번 왕래했으나 평양에서 북한의 낮은 생활수준과 자유가 없는 현실생활을 보고 환멸을 느껴 적극적인 협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피고인은『평양에서 본 북한사람들은 옷이 남루하고 하루 한끼씩 옥수수 죽을 먹어야하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8년만의 외국유학에서 잠시 귀국한 학생이 당의 지령으로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떠나는 등 자유 없는 생활을 직접 보고 느꼈다』고 말하고『마치 50년 전의 한국을 본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의 심경은『결과적으로 그들에 이용당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옥 피고인은 서백림 공대에 유학 중 같은 유학생인 임석훈이 서백림 시내호수 등을 구경시켜준다기에 따라 나갔다가 동백림까지 유인되어 갔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백림 거리를 구경하다가 북괴대사관 간판을 보고 유인된 것을 알고 임이 하자는 대로 대사관에 들어가 영화구경을 하고 한국음식을 얻어먹었는데 이 자리에서 북괴공작원 이원찬을 만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준(40·현대기기 회사전무·불구속)피고인은『임석훈으르부터 납북된 형이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확인하려고 동백림에 간 것이었다. 난수표, 암호문 등을 받았으나 지령대로 한일이 없다』고 말했다.
천병희(29·성신여자사대강사) 피고인은『지난 64년 6월 임석훈을 만났는데 서울문리대 4년 선배라는 것을 알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당시는 임을 존경했기 때문에 임의 권유대로 동백림에 갔다』고 말하고 포섭자 명단이라는 것은 수사기관에서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름을 적으라 해서 16명 정도로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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