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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리뷰] 멀홀랜드 DR.에서 또다시 길을 잃다

중앙일보

입력

꿈과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랑과 영화로부터 버림받은 한 여배우가 꾸는 악몽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감독이 말한대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사랑은 지독하여 사랑의 대상자와 자신마저 죽음으로 몰아간다. 영화의 3분의 2이상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다이앤(혹은 전반부의 베티)이 꾸는 꿈이다. 꿈속에서 다이앤(베티)은 카밀라 로즈와 함께 출연하였으나 자신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하였던 "SILVIA NORTH STORY"의 감독 밥 브로커로부터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받는 모습을 그려보고, 사랑하는 카밀라를 데려간 연적 아담 케셔감독과의 사랑스런 눈길도 나누어 본다.

카밀라의 살해를 사주한 자신을 의심하는 형사 두 명은 꿈속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의 교통사고를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으며 자신이 고용한 킬러는 꿈속에서 곧 살해될 남자와 교통사고 이야기를 (즉, 그녀의 꿈이야기 자체를) 비현실적이라며 함께 비웃는다. 하지만 영화는 친절하게도 거듭되는 방문을 크게 노크하는 소리와 까페 실렌시오를 통한 소격효과로 관객들에게 깨어나라고 외친다. 로이 오비슨의 "CRYING"을 스페니쉬 버전으로 부르던 여인이 쓰러지는 순간, 다이앤(혹은 베티)는 실제로 꿈에서 깨어나듯 열쇠구멍이 있는 푸른색 상자를 자신의 핸드백에서 발견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헐리우드에서의 메이킹 무비산업에 존재하는 잘못된 점들을 고발하는 이야기이다. 다이앤은 영화의 오프닝과 자살한 뒤의 앤딩에서 조명을 받으며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 은막의 스타모습을 꿈꾼다. 그러니까 영화의 오프닝은 다이앤이 숨을 거두기전 마지막으로 기억해보는 자신이 우승하였던 지르박대회서 춤을 추는 모습이다. 오프닝의 장면과 자신의 꿈속에서 "SIXTEEN REASONS"를 부르는 캐럴이란 여배우가 스크린 테스트를 받는 장면을 상기시켜본다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을 "SILVIA NORTH STORY"라는 영화는 춤과 음악이 가미된 뮤지컬영화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헐리우드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카밀라가 배우로서의 연기능력보다는 성적매력을 이용하여 자신을 밟고 지위상승 하였다고 여긴다. 그러한 그녀를 30년대서부터 50년대까지 탭댄스 뮤지컬 영화들로 명성을 날렸었던 아담의 어머니이자 아파트 관리인인 코코 (앤 밀러)가 다독거려 주는 것은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러한 그녀의 생각은 꿈속에도 반영되어 보이지 않는 힘들에 의하여 자신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아담 케셔감독을 그려낸다. (공교롭게도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이레이저 헤드'이후 감독의 9번째 극장용 장편영화이다. 즉, 린치감독은 아담 케셔를 통하여 펠리니가 귀도를 통하여 8 1/2를 만들었듯이 린치버젼의 8 1/2을 만들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감독은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환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맞는 말이다.) 시간과 공간, 배역과 스토리구조마저 자유롭게 변조시켜 필름이라는 매체에 녹화한 영화는 카페 실렌시오의 테잎에 녹음된 조작된 사운드와 다를 바 없다. 즉, 감독은 전작들로부터 꾸준히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어온 "현실은 없다"는 대사를 결국 내 뱉고 있는 것이다 (There is no Band!). 꿈이 실현되는 곳 L.A.서 다이앤은 꿈속에서 보았던 자신의 죽은 모습처럼 꿈을 실현시킨다. 데이빗 린치에게 익숙치 않은 (혹은 덜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또 하나의 악몽이, 그의 팬들에겐 '블루 벨벳', '트윈픽스' 그리고 '로스트 하이웨이'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린치표 영화로 추앙받은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그를 좋아하는 칸영화제에서 2001년 감독상을 수상한다.

DVD의 특성은 영화속에서 가상과 현실을 오간다던가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 불확실한 기억을 보여주고 (홍상수의 '오! 수정',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 혼돈스러운 배역들 (로 예의 '수쥬', 히치콕의 '현기증', 뷰뉴엘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 세이준의 '아지랑이좌')이 등장하는 영화들에서 더 큰 위력이 발휘될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영화인 경우, DVD를 통하여 미심쩍은 부분을 손쉽게 되돌려 보고 특정챕터를 반복하여 시청함으로써 자신의 추측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DVD의 특성을 십분 이용할 수 있는 작품에 속하지만 린치는 또다시 코드1 DVD에 챕터구분이 전혀 없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보지말고 자신의 영화는 언제나 처음부터 끝까지 보라니 얼마나 오만한 감독인가!). 코드1 DVD 서플먼트로는 기본적인 영화예고편과 배우 및 감독의 간단한 이력과 필모정도가 소개되고 있다. (2.0/5.0)

영화는 꿈과 같은 이미지를 표현키 위한 감독의 의도라고 추정되어지는 조금은 뿌연 영상을 감안한다면 최근영화답게 비교적 무난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어두운 장면에서의 침침한 조명속에서의 계조표현이라던가 오프닝씬과 스크린 테스트장면에서의 40~50년대를 연출한 화사한 의상과 분장 및 카밀라의 붉은의상을 비롯한 두 여주인공과 헐리우드 영화계 인물들의 세련된 의상들을 담은 색감도 조금의 번짐없이 깔끔하게 표현되고 있다. (4.0/5.0)

데이빗린치가 직접 참여한 음산한 음악들과 함께, 저음의 사운드로 시종일관 서브우퍼를 울려대며 코드1 DVD는 DD5.1 및 DTS 사운드를 모두 훌륭하게 담고있다. 사운드적인 면에 있어서 마치 [제5원소]의 "광란의 아리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인 레베카 드 리오가 "크라잉"을 부르는 장면을 포함한 셀렌시오 카페씬은 홀의 음장감을 손색이 표현하고 있는데, 조금의 흠을 잡자면 리어쪽이 약간은 심심한 편이다. (4.0/5.0)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국내개봉시 다이앤 (혹은 베티)의 오디션장면이 있었던 9분가량이 잘려진 상태에서 (말그대로 LOST MULHOLLAND가 되어버린) 상영되었지만, 4/25일 국내발매예정인 코드3는 코드1과 마찬가지로 무삭제로 출시될 예정이다. 코드3는 DTS트랙이 빠지지만 서플이 거의 전무한 코드1과는 달리 인터뷰와 메이킹 필름등이 포함될 예정이며 또한 챕터구분도 가능하게 설정될 예정이다. 비록 코드1이 DD5.1채널에 비하여 조금은 풍성한 사운드를 담고있는 DTS트랙을 담고있긴 하지만, 네러티브가 보다 중요한 영화인만큼 보다 많은 서플먼트와 유저의 입장에서 제작된 코드3로 콜렉터들은 움직이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 DVD구성 (코드1) - 러닝타임: 147분 - 화 면 비: 1.85:1 - 지역코드: 1 - 사 운 드: DD5.1 및 DTS - 자 막: 영어, 스페니쉬 및 불어 지원 - 서 플: 극장예고편 및 감독/배우 약력소개

조성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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