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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섣부른 추격 매수는 위험 … 실수요자는 ‘알짜 분양’ 노려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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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20면

#재건축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는 서울 잠실동 주공 5단지는 요즘 전에 없던 활기가 돈다. 지난 한 달간 이 단지에서 체결된 매매 거래는 모두 26건. 4월 20일 하루에만 네 채가 팔려 나갔다. 단순히 매매만 증가한 게 아니다. 4월 1일만 해도 분양면적 112㎡의 아파트 매매가는 9억7000만원. 한 달 만인 이달 2일엔 같은 면적이 10억6000만원에 팔렸다. 올 1월만 해도 3900여 가구 중 단 세 채만 팔릴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던 잠실 재건축시장이 풀린 데는 4·1 부동산대책이 한몫 톡톡히 했다. 전용면적이 85㎡ 이하라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아 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잠실동 온나라부동산 최정우 사장은 “서울시의 한강변 일대 재정비사업이 발표되면서 초고층아파트가 들어설 거란 기대감에다 양도세 면제 혜택까지 얹어 겹호재를 맞았다”며 “연초 이후로 1억5000만원이나 올랐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4·1 대책 한 달, 긴급 부동산시장 점검

#“놀고 있습니다.” 서울 당산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4·1 부동산대책 이후 집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느냐”고 묻자 퉁명스럽게 답했다. 대책 나오고 나서 손님이 더 없어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거주자들이 사는 동네는 아무 효과도 없어요. 자기가 10년, 20년 살 집인데 양도세 따져 가면서 삽니까. 대책 이후 강남 아파트 팔린다는 소리를 들으면 열불 나요. 약 올라서.” 이어 “어제 강서구 일대 부동산을 돌아다녀 봤지만 다 같은 소리뿐”이라며 “매매계약서 써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푸념했다.

4·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부동산시장에 극명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잠실·개포·대치동 등 강남 재건축아파트 단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매매가 늘고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는 일반 주거지역에선 마음 급한 주인들로 호가는 더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까지 강남 재건축시장의 상승세를 좇아가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오히려 “부동산시장 양극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시적 대책으로 전체 흐름 바꾸긴 무리
4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서울 잠실동 주공 5단지 아파트는 한 달 사이에 매매가격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개포동 주공 1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각각 8000만원, 5000만원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강세를 보인 건 겹호재 때문이다. 소형 아파트가 대부분인 이들 단지는 4·1 부동산대책에서 양도세 면제 혜택을 보게 됐다. 지난달 초 발표된 서울시 한강변 관리방향 가이드라인에서는 잠실·압구정 등 일부 지역에 초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발표된 한강변 가이드라인은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보다 더 유연한 안으로 평가된다”며 “거시경제마저 침체된 상황에서 이만큼 반응을 보이는 건 그만큼 호재가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시장의 상승세가 전체 수도권 지역으로 퍼지진 않을 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상반기 중 취득·등록세 면제나 연내 양도세 면제혜택 모두 한시적인 대책이라 전반적인 방향을 바꾸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실물경기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집값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군불 때기가 연말에 끝나면 거래 절벽이 올 수 있는 만큼 강남 재건축 매물을 추격 매수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 중대형 주택은 탈출구가 더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6억원이 넘는 중대형 아파트는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를 위한 대출제도, 취득·등록세 면제제도에서 모두 제외되기 때문이다. 2기 신도시에 들어선 중대형 아파트가 특히 문제다. 돈이 돌지 않으니 기반시설이 제대로 들어서지 않는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없어 미분양아파트가 아직도 남아 있다. 김리영 한국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지은 아파트는 공간 활용을 잘하면 20평대 아파트도 30평대 후반처럼 쓸 수 있다”며 “중대형 아파트는 한동안 더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단기적으로 활기를 보이다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장기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득·등록세 면제방침이 확정된 올 3월 이후 전국 부동산 거래량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이 심리적인 안정을 회복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에 추경예산 편성의 효과가 나타나고 정부의 기대대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부동산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분양을 노리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5월엔 분양시장에 큰 장이 선다. 취득·등록세와 양도세 동시 면제 혜택을 노리고 서울과 경기도 신도시에서 알짜 매물이 쏟아진다.

세금 혜택 노려 분양 앞두고 가격 조정
서울 마포구에선 교통 편의성이 높은 단지 두 곳이 이달 중 분양에 들어간다. 아현 4구역을 재개발해 내놓는 ‘공덕자이’는 1164가구 중 211가구를 이달 분양한다. 전용면적은 59~114㎡. 공덕동 446-34 일대를 재개발해 분양하는 ‘공덕파크자이’도 이달 물량이 나온다. 전체 288가구 중 159가구가 일반 분양물량이다. 83~121㎡ 크기다. 서대문구에선 대형 단지가 나온다. 아파트 61개 동, 모두 4300가구로 구성되는 ‘가재울뉴타운 4단지’다. 이곳에서만 1569가구가 일반 분양시장에 나온다.

주의할 점은 분양 매물도 일반 매물과 마찬가지로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인 경우에만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분양 단지는 청약을 코앞에 두고 다급히 분양가를 내리기도 했다.

15일 서울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플로리체의 1, 2순위 청약을 받는 현대엠코는 분양가를 기존 3.3㎡당 1700만원대에서 1680만원 선으로 낮췄다. 위례신도시 내 민간분양 물량은 대부분 중·대형인 데다 가격도 6억원을 넘는다. 이번 분양가 조정으로 전용면적 95㎡의 일부 가구는 분양가가 6억원 이하로 떨어진다.

송도신도시에선 ‘송도 더샵 그린워크 3차’가 분양에 들어간다. 전체 1071가구 중 706가구가 전용면적 85㎡ 이하다. 판교신도시에선 주상복합인 ‘판교 알파리움’ 931가구가 분양을 시작한다. 전용면적 96~203㎡인 중대형 위주. 대신 3.3㎡당 분양가가 1800만원대 후반으로 인근 시세보다 300만원 이상 싸다는 게 강점이다.

보금자리주택도 일부 분양시장에 동참한다. 주의할 점은 보금자리주택은 전매제한 기간이 최소 5년이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 이번 4·1 부동산대책의 양도세 면제 기간이 구입 후 5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내곡 보금자리지구 7단지에선 310가구 중 69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5억원대 초반으로 인근 시세보다 월등히 싸다는 평가다. 위례신도시에서 하남도시개발공사가 세우는 에코앤도 보금자리주택이다. 에코앤은 모든 가구가 85㎡ 이하로, 분양가는 3.3㎡당 1300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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