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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童顔>과 동심<童心>을 넘어 童動의 세계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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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28면

아줌마로 불리길 거부하는 루비(Refresh, Uncommon, Beautiful, Young)족·나우(New Old Women)족과 아저씨로 불리기를 거부하는 노무(No More Uncle)족 등 청춘으로 남고 싶은 중장년층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넘쳐난다. 이들은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기 위해 각종 안티에이징(Anti-aging) 제품에 돈을 투자한다. 이 때문에 현재 12조원 규모인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은 연평균 10%씩 급성장하고 있다. 화장품, 성형, 식품 등에 안티에이징이란 컨셉트가 붙으면 돈이 몰리고 최근에는 줄기세포나 장수 유전자 등의 첨단 의료기술로도 확대되고 있다. 외모뿐 아니라 신체 나이를 줄여주는 것, 혹은 노화 속도를 더디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요즘의 ‘동안(童顔)산업’이다. 메디컬 안티에이징 센터인 ‘차움’에선 12가지 노화도 정밀검사를 통해 기능이 저하된 곳을 찾아내 치료하고,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성인용 성장호르몬제인 ‘디클라제’는 성장호르몬 감소로 인한 노화 속도를 늦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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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신체 나이를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마음의 나이는 비용지출 없이도 얼마든지 어려질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동심을 회복하려는 어른이 많다. 날카로운 현실에서 다친 상처를 동심으로 치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어른들을 ‘키덜트(Kidult)족’이라 부른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성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심(童心)산업’이 심상치 않다. 20~30대 직장인 3명 중 한 명이 스스로를 키덜트라고 할 만큼 보편적인 문화가 됐기 때문이다.

EXR의 카트라이더 라인.

키덜트족의 필수 소지품은 ‘아트토이’, 똑같은 형태에 각기 다른 그림을 그려 넣은 이 인형은 어찌 보면 애들 장난감 같지만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매니어들은 이 인형을 모으기 위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예 키덜트를 위한 숍 ‘토이 & 하비 테마관’이 선보이기도 한다.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에 오픈된 이 매장은 무선조종 자동차와 헬기, 프라모델, 완구, 로봇, 인형 등으로 키덜트족의 발길을 붙잡는다. 키덜트족의 취향을 입힌 제품도 인기다. 캣포츠 브랜드 이엑스알(EXR)은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이나 뿌까 같은 만화 캐릭터를 의류 디자인에 활용해 키덜트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쿄대 최초의 한국인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강상중 교수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질주하는 것이 나이 들어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밝혔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 불리는 요즘의 중장년층은 마치 청년처럼 모험과 도전을 꿈꾼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올레(olleh) 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 해마다 50대 이상의 참여가 늘고 있고, 서울시오페라단에서 모집하는 시민합창단에 50대 이상의 시니어가 대거 참여했다. 젊은 시절 꿈꾸었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늦깎이로 도전하는 ‘용감한 어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도전정신, 청년정신으로 무장한 ‘용감한 어른들’에게 초점을 맞춘 산업을 필자는 ‘동동(童動)산업’이라고 부르고 싶다. 국내 시니어 포털사이트 유어스테이지(yourstage)는 동동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36만 명의 회원 중 50대 이상이 42%를 차지하는 이 사이트에서 시니어들은 외국어 공부, 문화 유적 답사, 스포츠 댄스, 컴퓨터, 사진 등 다양한 종류의 클럽을 직접 운영하며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꿈에 도전한다. 시니어를 자원이라고 주장하며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유한킴벌리, 시니어 모델을 양성하고 패션쇼를 벌이는 사회적 기업 뉴시니어라이프도 동동산업의 선두주자다.

나이보다 어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에 육체의 나이를 젊게 해주는 ‘동안(童顔)산업’, 정신의 나이를 과거로 돌려주는 ‘동심(童心)산업’, 라이프스타일과 삶 자체를 청춘 이상의 청춘으로 재탄생시키는 ‘동동(童動)산업’은 계속해 각광받을 것이다. 이쯤에서 사무엘 울만(Samuel Ulman)의 시 ‘청춘’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머리를 높이 쳐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희망에 찬 마음으로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청춘의 기쁨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재미날개 청평놀공 모두한편’은 기쁨의 세계를 재미, 아름다움(美), 날것(생생함), 개인화, 청춘, 평안, 놀이, 공감, 모험, 간편 10개의 요소로 구분한 일종의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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