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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과「매기」생각|김세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피터·팬」으로 유명해진 영국작가 「제임스·배리」가 쓴 희곡에 『모든 여성이 알고있는 일』(What Every Woman Knows)이란 것이 있다. 무일푼의 남편을 공부시켜 국회의원이 되게해 놓았더니 귀족출신 아가씨와 연애를 한다. 의회에서 연설할 원고를 쓰는데 이 아가씨로부터 영감을 받아야겠다는 남편을 살그머니 물러서 보았더니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영감의 출처는 다름아닌 아내인 「매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든 여성을 알고있다는 얘기다.
요사이 정치인들이 일류「호텔」에 모여서 이러콩저러쿵 법석을 하는 것을 보면 자꾸 「매기」생각이 나서 혼자 웃음이 난다. 장부의 일언이 중천금이라는 말은 분명 옛날 그 어떤 남성이 만들어 낸것이겠는데 현대의 「장부」들은 그렇지도 못한것만 같다. 협상이 곧 흥정을 의미하니 서로 한푼이라도 더 받아 보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한국가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정치인들의 언행치고는 좀 너무한 것 같다. 마치 시장바구니를 들고 선 아낙네와 콩나물장수의 흥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회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도 대견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것이니 너무 진통을 오래 겪지않는게 좋을 것 같다. 난산이 너무 심해지면 모체에나 신생아에게도 해밖에는 돌아올게 없지 않은가. 합의점을 찾는게 목적이 아니라 승패의 판가름에만 급급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운동경기라면 모르되 이같은 정치 협상에선 승자로 패자도 있을수 없는 것으로 안다. 훌륭한 정치인들이 한자리에 앉아 체면을 잃지 않으려는 입씨름만으로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게 여인들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어준다. 차라리 한국의 「매기」에게 모든걸 맡겨보시오 하고 한번 호통이라도 쳐보고 싶은 심정이다.<이화여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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