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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민주당 또 증세론 … 발목 잡힌 추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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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예산결산특위 3차 추경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오종택 기자]
김경진
정치부문 기자

2일 낮 12시 국회 기자회견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국민 여러분 속지 마십시오. 정부·여당이 국민 여러분을 속이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렸지만 빈손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빚더미 추경에 무책임·무대책·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득세과표구간 조정, 최저한세 상향 등 그동안 여야 논의가 진척된 실질적인 재정 건전성 회복 대책을 제시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이번엔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김 의원은 “최 간사가 빈손으로 왔다는데 저희가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예정대로라면 두 사람은 이 시간에 예결위 추경안조정소위에서 추경안을 심사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전날 낮 12시30분에 회의가 정회된 이후 회의는 이튿날까지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이 정부 여당의 재정 건전성 대책을 요구하면서 일방적으로 소위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민주당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듯하다. 증세 문제는 예결위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기획재정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기업 증세(최저한세율 2%포인트 인상)’를 살펴보자. 이는 이미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2%포인트 인상돼 이미 시행 중인 사안이다. 민주당이 추가로 세금을 인상하고 싶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해 내년부터 반영하면 된다. 그것도 예결위가 아닌 기재위 조세개혁소위 소관이다.

 둘째로는 타이밍이다. 민주당 역시 추경이 조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연일 보도자료를 내고 “불안한 대내외 여건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모멘텀을 하루빨리 되살리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되는 것이 너무나 절실한 상황(현오석 경제부총리)”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조속 처리를 하자고 하면서도 여야 간 입장 조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증세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인하를 살펴보자. 이 안은 이미 지난해 말 기재위에서 여야 간의 입장 차이로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이 이미 지난해 오랜 진통 끝에 무산된 안을 들고 와 새누리당에 하루 만에 뒤집으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앞서 여야는 6인협의체를 통해 추경에 대한 신속 논의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2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재정 건전성 관련 대책이 야당 요구대로 제출되지 않는 한 추경은 간단히 처리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아침만 해도 “4월 임시국회 내에 추경이 처리되지 않으면 ‘원포인트’로 해서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6월까지 갈 수 없는 만큼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었다. 하루 새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4월 국회 회기 만료(7일)까지는 이제 나흘을 남겨두고 있다.

글=김경진 정치부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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