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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생마늘 먹이고, 석 달 독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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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A군(20)은 충북 의 J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던 3년 전 일명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에 갇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였다.

 시설의 3층 외딴 곳에 위치한 이 방은 폭이 80㎝ 정도로 좁고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들어갈 수 있다. 방이라기보다는 고장 난 오븐, 부서진 선반 등이 방치된 창고였다. 유리문이 있어 밖에서 안을 관찰할 수 있었다. 책상 서랍에는 이 방에 갇혔던 아이들의 낙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거친 욕설과 “여기는 교도소 같다”는 내용도 있었다. 식사는 담당 교사가 식판에 담아 배달했다. A군은 “3개월 정도 독방에서 누구와 말도 못 하고 벽만 보고 있었는데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더 어린 학생들도 독방에 갇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3박4일간 갇혔던 B군(15)은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끔찍하다고 했다. B군은 “소변이 마려워 문을 두드렸지만 화장실에 보내주지 않았다”며 “식사시간이 돼서야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는 이 시설에서 생활한 4~18세의 아동 52명이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려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시설의 아동학대 행위는 심각했다. C군(14)은 6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침밥을 꼴찌로 먹었다는 이유로 생마늘을 먹어야 했다. C군은 “억지로 먹여 결국 토했더니 교사가 토한 것까지 먹으라고 해서 울면서 먹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학생들도 생마늘을 억지로 먹었던 경험을 인권위 조사에서 진술했다. D양(24)은 “사무국장이 욕을 한 개수만큼 생마늘을 나눠주고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봤다”고 했다. 조사를 받은 교사들도 “원장이 아동들의 도둑질과 욕설 등을 막기 위해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원장 박모(51)씨는 독방에 대해서도 “아동 훈육에 좋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가혹한 체벌도 드러났다. 너무 힘들어서 2011년 시설에서 나왔다는 E군(19)은 “조금만 잘못하면 사무국장이 사무실로 끌고가 바지를 벗기고 각목으로 때렸다”며 “아이들과 싸웠다고 일주일 넘게 복도에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E군은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무릎을 꿇지 못한다.

 올해 21세인 F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말을 듣지 않으면 산에다 버리겠다고 한 교사가 실제로 나를 자루에 담아서 산에 버렸다”며 “울면서 빌었지만 선생님은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가 10분 뒤에 찾으러 왔다”고 했다. 아동들은 겨울에도 찬물로 몸을 씻었고, 식사시간에 맞춰 귀가하지 못하면 밥을 먹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시설 아동을 학대·감금한 혐의로 이 시설의 원장 박씨와 교사 이모(42)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시설장 교체 등 행정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육성철 조사관은 “10년 전에도 학대 행위가 있었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검찰에서 인권위 조사보다 더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J아동양육시설=1963년 미국인 여성 선교사가 설립했으며 마땅한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시설을 거쳐간 아동은 1234명에 이른다. 현재도 69명을 수용하고 있다. 2004년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뒤 같은 해 아동학대예방센터를 열었을 정도로 지역에선 모범시설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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