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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조문국의 중심, 찬란했구나 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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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문국 고분전시관에서 순장문화의 비밀을 주제로 대리리 2호분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30일 중앙고속도로 의성IC를 나와 경북 의성군 금성면 방향으로 들어서자 마늘밭이 이어졌다. 의성마늘은 벌써 검푸른 줄기가 무성하다. 멀찍이 면 소재지가 보일 때쯤 초전리에 현대식 3층 건물이 나타났다. 외관은 켜켜이 쌓인 오랜 시간을 형상화했다. 지난달 25일 개관한 ‘의성조문국박물관’이다. 의성군이 180억원을 들여 5년 만에 조문초등학교 폐교 자리에 완공한 군립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군청과는 15㎞ 떨어진 마을에 자리 잡은 것도 그렇고 이름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그냥 의성박물관이 아닌 조문국을 더 넣은 건 무슨 까닭일까.

 경북의 한가운데 자리한 의성군은 자타가 인정하는 마늘의 고장이다. 거기다 노인 인구가 많아 의성군은 노인복지타운 건설에 주력해 왔다. 그것만으론 고장의 브랜드는 무언가 부족했다. 의성조문국박물관 이재한 관장은 “그래서 찾아낸 게 조문국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개관한 의성 조문국 박물관.

 금성면 일대는 삼한시대 고대국가였던 조문국(召文國)의 옛 터전이다. 조문국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벌휴이사금조에 ‘185년 조문국을 벌(伐)했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또 『고려사 지리지』에는 ‘의성현은 본래 조문국인데 신라가 취했다. 경덕왕이 문소군으로 고쳤고 고려 초에 의성부로 승격했다’는 등 관련 기록은 여러 문헌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건국과 흥망에 관한 기록은 더 이상 전하지 않는 ‘잊힌 왕국’이다.

 그렇다고 기록으로만 전하는 국가는 아니다. 왕국의 흔적은 고분으로, 유물로 수없이 남아 있다. 박물관 3층 옥상을 올랐다. 400여m 떨어진 언덕에 왕릉급은 돼 보이는 대형 고분 20여 기가 무더기로 보였다. 그 뒤로는 한반도 최초의 화산이라는 금성산이 우뚝 서 있다.

 박물관에서 단연 인기는 196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탑리고분에서 발굴한 금동관 복제품이다. 당시 금동관과 나비 모양의 관 장식 등 720여 점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금동관의 진품은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하나 주목받는 것은 박찬 변호사가 기증한 유물이다. 금성면이 고향인 박 변호사는 평생을 모은, 삼한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물 1234점을 무상 기증해 그 가운데 60여 점이 상설 전시돼 있다.

 박물관 건너편 대리리 고분군을 찾은 김형수씨는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와보니 나들이 장소로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고분군 한가운데 ‘조문국경덕왕릉’이 비석과 함께 자리해 있다. 그 앞은 2009년 발굴한 대리리2호분을 복원한 돔형 순장묘 전시관이다. 금동관을 쓴 인골 옆에 한 사람의 인골이 더 있다. 따라 죽은 순장자다. 박물관 신은이 학예연구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조문국 전후의 생생한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의성군은 2007년부터 조문국을 주제로 일곱 차례에 걸쳐 학술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적석목곽분 등 신라와의 관계 등이 연구됐다. 박물관에는 지난 주말에만 대구 등지에서 1400여 명이 찾았다. 김복규 의성군수는 “조문국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민을 한데 묶는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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