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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와 식량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8미곡년도가 지난 11월 1일부터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68년도 양곡수급계획을 성안하지 못하고 있어 식량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남지방의 한해가 예상밖으로 우심하여 엄동을 맞이하는 현지민의 식수식량부족 문제가 심각성을 띠고 있으므로 국가적인 지원대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하겠거니와 그에 못지않게 전체식량수급문제도 시급히 파악되어야 하겠다.
그동안의 관례로 본다면 8월 15일과 10월 15일 현재의 작황조사를 거쳐 늦어도 10월 중에는 식량수급계획이 확정발표되었던 것이나 올해에는 아직도 10월 15일 현재의 수확예상고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림당국으로서는 불리한 작황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며 그 발표가 미치는 심리적충반을 염려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하면 할수록 문제점을 국민이 알고 관민이 협조해서 난국을 해결하는 것이 보다 능률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올해의 수확고가 얼마나 줄었고, 그 때문에 어떠한 대책이 필요하며 정부가 이를 자신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심리적 충반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김농림은 추곡수매예정량 4백만섬이 확보 안되면 외미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작황을 발표하고 수급계획을 공표해서 양정의 방향을 국민 앞에 제시하고 여론을 들어보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된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올해에 발주한 외곡규모가 1백 50만톤을 넘고 있어 적지 않은 이월양곡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때문에 흉작으로 오는 공급부족과 이월양곡을 고려한다면 외곡도입을 타성적으로 방만하게 서두를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시급한 것은 68년도 수급계획을 정확히 짜고 부족양곡의 규모를 조속히 파악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절대부족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면 외곡도입에 치중하느니 보다도 식량배분의 합리화, 절미운동의 전개, 식량가격의 상대적인상에 의한 소비억제 등 국내적 대책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이미 정부의 추곡매상이 시작되고 있으나 매상가격이 시가보다 유리하지 않으며 미가전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매상작업이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해가 지속되고 수확고가 크게 줄것이 공명했다면 정부가상가격을 상대적으로 높였어야만 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율 7%라는 미신에 사로잡혀 매상정책은 실패할 공??이 짙어졌다.
흉작으로 오는 실물감소를 가격인상으로 보완하여 농촌소득을 보상해주고 상대적 고가격으로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가격정책을 기대하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매상가격을 인상조정하여 정부보유양곡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현명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올해의 식량수급계획은 전체계획상의 수급균형만을 고려해서는 아니될 것임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지역별 수급계획을 마련하여 한해지구의 부족식량을 보완해주는 대책이 재정의 뒷받침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해지역의 식량난을 해소시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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