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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과학소설로 꿈 심어준 한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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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낙원(사진 왼쪽), 『금성 탐험대』의 단행본 표지(사진 오른쪽). [사진 현대문학]

교양잡지로 유명했던 ‘학원(學園)’ 1968년 5월호에 실린 한 인터뷰에서 이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과학소설을 쓴 과학소설의 선구자’로 불렸다. 과학소설을 쓰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모험심과 난관을 극복할 지혜·담력을 길러주고, 과학에 대한 지식을 넓혀 나라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학생들의 꿈의 세계를 키워주고 싶다.”

45년 전에 21세기 수준의 우주 개발과 첨단 과학에 대한 전망을 지녔던 그의 이름은 한낙원(1924~2007)이다. 오래 잊혀졌던 과학소설가 한낙원이 한 권의 책으로 돌아왔다.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현대문학)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가 후원해 8년에 걸쳐 간행된 ‘한국문학의 재발견-작고문인선집’ 1차분 52권의 마지막 책이다. 시대를 앞서간 미래형 작가가 가장 늦게 도착한 셈이 됐다. 청소년 시절부터 한낙원의 과학소설을 즐겨 읽은 독자로서 이번 선집을 엮은 문학평론가 김이구씨는 “한국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모험과 미스터리를 활용하면서 외계인과의 관계를 갈등 해결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개성을 일궜다”고 평가했다. 우주 가극(space opera)의 특징이 뚜렷한 『잃어버린 소년』, 미국과 옛 소련의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을 배경으로 한 『금성 탐험대』 등 그가 쓴 장편 과학소설은 근대화와 경제개발 시대에 미래 세대인 어린이·청소년 독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한낙원은 평남 용강에서 태어나 해방 직후 평양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했고 한국전쟁 때 월남해 주로 방송 일을 하며 과학방송극을 집필했다.

선친의 유고를 꼼꼼하게 정리해 이번 선집 발간을 도운 한씨의 맏딸 애경(56·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교수)씨는 “아버지는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오토바이 등 당시로서는 드문 취미를 갖고 계셨다”며 “새로운 문물에 대한 관심이 컸던 점이 과학소설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우리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우주를 가까이 느낄 수 있고, 용기와 슬기로 우주를 개척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과학소설을) 쓰게 된 것”이라 말했던 한낙원의 마음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느껍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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