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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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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산」<김송·현문10>에는 찻집을 차렸다가 실패한 집안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소설은 오기도 겉멋도 없이, 표리가 없어 보이는 주인공의 시점을 중심으로 험한 세상을 너무나 순박한 눈으로 붙잡아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인식이 심각하지 못하느니 하는 잘난 소리를 뇌까리게 되는대 신에 어떤 허점을 찔린 듯한 삭막함을 느기게 한다. 반드시 적당한 정도의 것인지를 미상불 한번 따져 볼만한 위악의 투구를 쓰고 살고 있는 우리들의 어제 오늘의 감정에 대하여, 철부지들처럼 재산을 날려버린 어느 집안의 이야기가 지옥을 그린 「크레용」화처럼 우리를 착잡한 기분에 잠기게 한다.
「요람기」<오영수·현문10>에는 언제나 누가 쓰든 틀림없이 상당량의 그리움을 읽는 사람의 가슴에 살아나게 하는 소재가 안정된 문장으로 다듬어져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공적으로 미화된 어린날의 고향이다. 골라서 쓴 여운있는 낱말하며, 비약을 주어서 부드러운 탄력이 생기게 한 문장은 충분히 즐길만 하다. 산에 가서 고기를 구할 심산이 아니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회색이 흐르는 철도」<이건영·동서춘추10>는 앞에든 두 작품과 비겨서 딴 것은 그만두고 문체가 다른 것만으로도 다른 감수성을 가진 세대를 느끼게 한다. 유사한 기술의 형태로 보다 세련된 성공을 거둔 몇사람의 작품들을 이미 가지고 있는 우리 눈에는 새삼스러울 것은 없고, 그런 이름들에 또한 사람이 추가되었음을 확인하게 되는데, 색채가 범람하여 조형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색채의 범람이 불가하다는 것이 아니고 그에 어울릴만한 통제력이 좀더 충분히 발휘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는 말이다.
「징그럽던 날의 고목」<박용숙·현문10>은 매우 힘들였다는 인상을 가지게 한다. 길지 않은 작품인데도 길이를 느끼게 하는 원인의 하나는 3대에 걸쳐 주제를 전개한데서 오는 효과인 것같다. 「징그러움」이라는 감각을 주인공이 자아의 존재감정과 일종의 우주감각의 합으로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할아버지는 동학당에의 투신으로, 아버지는 현실에의 순종으로 받아들인 그 생명의 계시를 주인공은 어떻게 발전시키겠는가는 소설에는 나와있지 않다. 소설의 중심은 주인공 자신의 문제인 그 감각과 씨름하는 가운데서 그것이 자기라는 개인을 넘어서 부친에게로, 조부에게로 소급하게 되는 탐색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연속과 반복의 「패턴」을 발견하는데 놓여지고 있다.
이 소설이 주인공의 생활의 엄밀한 뜻에서의 산문적 부분에 대한 설명이 약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무게를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싶어하면서도 너무나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에 쑥스러워지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징그럽다」는 감각은 방향을 잃어버린 현대 사람들이 스스로의 있음에 대하여 감각적 확인 이상의 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것으로, 그 다음에 올 문제는 작자와 독자가 다같이 생각해 내야 할 문제이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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