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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 예상 승객 의정부는 7배 용인 3배 뻥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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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추진 중인 경전철 사업의 예상 수요가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차량 구매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결국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적게는 4000억원, 많게는 2조원이 투입된 경전철이 세금 낭비의 원흉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경전철 건설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대상은 서울 우이~신설 구간, 의정부, 용인, 광명,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도시철도 3호선 등 6개 경전철 사업이다.

 의정부 경전철은 하루 7만9049명 이용을 전제로 2007년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개통 뒤 실제 이용자 수는 1만1258명으로 예측수요의 14%에 그쳤다. 7배 넘게 예측수요가 뻥튀기 된 셈이다. 지난달 24일 개통된 용인(35%)과 아직 개통하지 않은 광명(43%), 대구 3호선(63%) 경전철도 지자체가 설계 당시 내세웠던 예측수요와 한국교통연구원 전문기관이 재추정한 수치 사이의 간극은 컸다.

 감사원은 기재부와 국토부가 별다른 지침을 만들지 않아 민간사업자가 임의로 만든 신뢰성이 낮은 예측모형을 사용(의정부·광명)하거나 기존 지하철 모형(대구)을 경전철에 그대로 사용해 이런 부풀리기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교통환경이 변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경향도 부풀리기를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3호선은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한 추가수요를 전부 예측치에 포함시켰지만 12개 택지개발사업의 입주율이 실제로는 42%에 불과해 실제 이용자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감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지자체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독립기관이 사업단계별로 수요 재검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전철 차량을 구매하는 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천시의 경우 조달청이 추정한 합당한 차량운행시스템의 가격은 5536억원인데도 애초 추정가격을 토대로 A업체와 6142억원에 계약해 606억원의 예산을 더 지출했다.

 대구시는 일본 B사의 모노레일 차량에만 적용되는 규격으로 입찰공고를 내는 바람에 K-AGT(한국형 표준 고무차륜 경전철)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모노레일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5693억원(사업비 2202억원, 운영비 3491억원)을 낭비하고 B사에 2663억원의 특혜를 제공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경전철은 일반 철도에 비해 차량속도가 느리고(60%), 차량 무게가 가벼운데도(40%) 별도 기준 없이 일반철도 설계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구조물 공사비용이 최소 5% 커지는 문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꼽았다.

또 용인시가 서울지하철보다 큰 크기의 경전철을 도입(1019억원 과다)하고, 서울시가 신림 경전철 등 2개 사업(전체 2조1773억원)을 시행하면서 사업 간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는 등 경전철 차량을 선정하는 기준이 없는 것도 지적됐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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